[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31·LA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역사를 또 갈아치웠다. 지난해 ‘50홈런 50도루’에 이어 올해는 한시즌 50홈런·50탈삼진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달성했다.

올해 투수로 복귀하며 지난해 기록엔 미치지 못할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오타니는 차원이 달랐다. ‘만화 같은 야구’를 현실에서 실현하고 있다.

오타니는 17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선발 투수와 1번 타자로 출전했다. 마운드에서는 5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1볼넷·5탈삼진 무실점 노히터 투구를 펼쳤다. 시즌 탈삼진은 54개로 늘었다.

투구수는 68개에 불과했고, 최고 시속 164㎞의 강속구와 예리한 변화구를 앞세워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그러나 오타니의 활약은 5회까지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관리에 나서며 교체를 단행했다. 오타니는 6회에도 등판할수 있다고 했지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너무나도 중요한 선수”라며 원칙을 고수했다.

오타니는 타석에선 8회말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며 시즌 50홈런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오타니는 ML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50홈런과 5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가 됐다. MLB닷컴은 “한 시즌 50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투수로 탈삼진을 올린 것은 1921년 베이브 루스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이날, 오타니의 원맨쇼에도 웃지 못했다. 불펜이 6회에만 6점을 내주며 4-0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결국 6-9로 역전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서부지구 1위 수성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럼에도 오타니의 기록은 ML 100년 역사를 새로 쓴 대기록으로 빛난다. 지난해 54홈런·59도루로 ‘50-50’ 신화를 썼던 그는 올해 또 다른 방식으로 ‘이도류의 끝판왕’임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홈런을 양산하는 테이블세터 거포이며, 팀 1선발로 가을야구도 책임질수 있는 가공할 에이스다.

경기 후 오타니는 “최대한 오래 던지고 싶지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팀이 원하는 역할에 맞춰 언제든 준비하겠다”며 포스트시즌 불펜 투입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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