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고척=이소영 기자] “(그런 모습도) 어필할 수 있는 선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 혹은 해석의 자유. 특정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열정’으로 감싸는 건 모순 아닐까.
키움은 지난 7월 홍원기 전 감독 등 수뇌부를 전면 교체했다. 성적 부진 탓이다. 그리고 그 공백을 오랜 시간 2군 감독으로 역임한 설종진 감독으로 메웠다. 감독 대행으로 시작해 정식 감독까지 오른 설 감독은 지난 28일 키움과 2년 총 6억원(연봉 2억원·계약금 2억원)에 계약했다.

설 감독이 1군 지휘봉을 잡은 뒤 8월 승률은 0.462를 기록했고, 9월 현재 승률은 0.467로 상승했다.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린 데다, 히어로즈 창립 시절부터 몸담은 ‘원클럽맨’이다. 실제 키움은 후반기 이른바 ‘고춧가루’를 뿌리며 상위권 팀의 발목을 여럿 붙잡았다.
여기까진 좋다. 그런데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성문의 ‘방망이 투척’를 두고 “그런 모습도 어필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화내는 것까지 자제할 필요는 없다”고 다소 놀라운 견해를 밝혔다. 물론 상대 팀과 심판진에게 피해를 안 끼치는 선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송성문은 28일 삼성전에서 상대 투수 배찬승을 상대로 삼진을 당했는데, 이 과정에서 방망이를 내리쳤다. 선수의 정확한 의중이야 알 수 없다. 찬스를 살지 못해 화가 난 걸 수도 있고, 최근 들어 식은 타격감에 답답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일 수도 있다. 게다가 경기 중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문제는 분을 삭이지 못한 송성문은 더그아웃을 향해 방망이를 던졌고, 연습 스윙을 하던 임지열이 맞는 불상사가 생길 뻔했다. 승부욕이 불타오르는 건 좋지만, 썩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일각에서도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가장 답답한 건 선수 본인일 터. 그러나 경기장은 혼자만 쓰는 공간이 아니다. 또한 동료들을 비롯해 팬들까지 보는 눈이 많다. 순간 욱한 감정을 성숙하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은 분명 아쉽다.

설 감독은 “경기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컨디션도 안 좋았고, 본인도 홈에서 이기고픈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라며 “분노를 참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질문이 나오자 그제서야 “팬들이나 선수들이 거부감을 느낀다면 베테랑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고 부연했다.
선수를 두둔하기 위한 발언으로 읽히지만, 되레 논란을 불러온 셈이 됐다. ‘긁어 부스럼’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성적 외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키움이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