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올해는 최장 열흘의 황금연휴가 이어지면서, 여행 대신 안방에서 드라마를 몰아보려는 시청자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콘텐츠 산업 역시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방송사와 OTT 플랫폼들은 사전에 맞춤형 신작을 배치했다. 그 결과 추석 안방극장은 한석규와 고현정 같은 국민 배우의 귀환부터, 김고은·박지현의 세밀한 감정 연기, 윤아·이채민의 판타지 로맨스까지 다채로운 선택지로 풍성해졌다.
먼저 tvN ‘신사장 프로젝트’는 추석 연휴 몰아보기에 최적의 선택지로 꼽힌다. 전설적 협상가 출신의 치킨집 사장이 다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분쟁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평범한 히어로물과 달리 ‘생활형 정의’를 보여준다.
한석규가 중심을 잡고, 배현성·이레 같은 젊은 배우들이 세대를 잇는다. 시청률은 1회 5.9%에서 3회 8.0%까지 치솟았고, 웨이브·티빙 가입자 수까지 끌어올리며 OTT 흥행 지표도 장악했다.
SBS 금토드라마 ‘사마귀’는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는 여성과 아동에게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들을 같은 방식으로 응징하는 연쇄살인범이자, 동시에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로 분열된 캐릭터를 소화했다.

최종회에서 시청률 7.4%, 순간 최고 10.3%를 기록하며 강렬하게 마무리했다. 차수열(장동윤)과의 모자 관계가 파국과 화해를 동시에 품은 채 끝난 결말은 ‘시즌2’에 대한 궁금증을 남겼다. 범죄 스릴러이면서도 모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놓은 서사는 가족과 사회의 관계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은 한국 드라마의 섬세한 감정 묘사가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고은과 박지현은 20대부터 40대까지, 세월의 층위를 온몸으로 연기하며 두 인물의 우정과 질투, 사랑과 증오를 복합적으로 담아냈다.
공개 2주차에 글로벌 톱10(비영어) 5위에 오르며 한국을 넘어 남미·아시아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74% 상승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세운 것도, 작품이 단순한 ‘여성 서사’를 넘어 보편적 관계의 미묘한 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동안 긴 러닝타임을 따라가기에 가장 적합한 ‘감정의 서사극’이다.


마지막으로 tvN ‘폭군의 셰프’는 음식과 사랑을 결합해 독창적 드라마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조선 수라간에서 현대 레스토랑까지 이어진 시간 초월 서사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다.
임윤아는 셰프의 손끝을 직접 담으며 현실감을 높였고, 이채민은 첫 사극임에도 절제와 열정을 동시에 표현하며 주목받았다.
17.1%의 자체 최고 시청률,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2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은 K-드라마가 여전히 세계에서 통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하재근 평론가의 분석대로 “전통 음식과 현대 푸드를 연결하는 발상이 신선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번 추석 연휴, 시청자의 선택지는 어느 때보다 넓다. 한석규가 보여주는 생활형 정의에서 고현정의 서늘한 모성까지, 김고은·박지현의 감정선과 윤아·이채민의 로맨스가 더해지며 더욱 풍성해졌다. 어떤 작품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