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국정감사에서 K-팝 현장의 오래된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무대를 설계하는 안무 창작자의 권리가 왜 크레딧과 메타데이터에서 비어 있는가에 대한 질의다.

진종오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K-POP 안무가 이름은 왜 없나”라고 물었다. 이어 “ 정부가 향후 5년간 51조 원을 투입해 한류 산업을 300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창작자 권리보호는 뒷전이다. 음악방송 , 뮤직비디오 , OTT 어디에도 안무가의 이름은 없다”고 지적했다.

진의원은 현장에서 포착된 누락 사례를 제시하며 “일부 안무가는 자신이 만든 안무를 SNS에 게시했다가 소속사 요청으로 삭제하거나 일정 기간 뒤에만 게시하도록 제한받는다”고 지적하며 “창작자의 ‘성명표시권’이 기획사 재량에 의해 검열당하는 현실은 심각한 인권문제이자 산업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안무 창작자에 대한 동등한 보호와 표기 의무를 촉구하며 “K팝은 이제 ‘듣는 음악’이 아니라 ‘보는 음악’이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지원사업관리규칙’ 제26 조는 저작권 귀속을 기관 중심으로만 규정하고 창작자 개인의 권리보호 조항은 전무하다. 지난 5 년간 안무 저작권 관련 민원은 2건, 조정신청은 0건에 불과하다. 문체부가 추진 중인 안무 표준계약서 제정도 수년째 ‘협의 중’ 이라는 말만 반복된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음악방송과 OTT 등에서 안무가 표기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 있는지, 구체적 일정과 방식으로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계기로 댄서가 예술가로 주목받았다. 인기인 반열에도 돌랐다. 그러나 표절 논란이 이어지고 수익·크레딧 구조의 제도화는 더디다. 상징적 퍼포먼스의 수익이 0원으로 회자된 사례는 권리 보호의 취약함을 드러낸다.

현장에서는 (사)안무창작가협회를 중심으로 3D 모션 캡처 기반 무보 데이터화, 등록 문화 확산 등 자구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춤 영역에서 일부 작품이 창작안무로 인정된 변화도 있었지만, K-팝 전반의 표기 규범과 표준계약은 여전히 미완이다.

한국안무저작권협회는 업계 단체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협회는 “음반 제작자와 안무가가 동반 성장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무저작권은 안무 창작자의 기본적인 권리다. 안무가들의 창의적인 노력과 예술적 표현을 보호하고 인정하는 것은 문화 산업의 발전과 창작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또한 “우리는 공정한 계약 조건과 수익 배분 방식을 통해 안무가와 음반 제작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참여를 요청했다. 구체 제안은 안무의 독립저작물 명시를 포함한 법 개정, 표준계약서 도입, 저작권 관리 시스템 구축,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 구성이다.

국감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 창작자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이라고 인정하고 “성명표시권도 제도적으로 녹여내어 안무가를 비롯한 창작자들이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표준계약서 제정, 방송·OTT·플랫폼 표기 가이드, 정부 지원 과제의 권리 귀속 개선 등 실행 단계의 일정과 이행 점검이 다음 과제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