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퀸’의 귀환! 김세영, 5년 만에 LPGA 우승

LPGA 통산 13번째 우승, 새로운 터닝포인트

고향의 바람과 응원, 그리고 우승의 환희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5년이었다. 긴 기다림 끝에, ‘레드퀸’ 김세영(32)이 다시 한 번 붉은 전설을 썼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김세영은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678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24언더파 264타로 정상에 올랐다. 2020년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 5년 만의 통산 13승째.

더욱이 그의 부활 무대는 다름 아닌, ‘고향의 바람’이 불어온 해남이었다.

전남 영암이 고향인 김세영은 우승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우승하는 걸 늘 꿈꿨다. 이루기까지 10년 이상 걸린 것 같다”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우승하고 싶은 대회였는데 우승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이번 대회는 그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대회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달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그녀의 커리어에서조차 드문 완벽한 레이스였다.

최종 라운드 초반은 순탄치 않았다. 3번 홀(파3)에서 1m 파 퍼트를 놓치며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곧장 5번 홀(파4) 버디로 균형을 맞췄다.

“아버지 말씀이 ‘두려워도 쫄지 말라’였어요. 그 말을 떠올리며 끝까지 밀어붙였어요.”

그 한마디가 그의 부활을 설명한다. 이후 6·7·9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몰아쳤고, 14·15번 홀 연속 버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노예림(미국)과 하타오카 나사(일본)의 추격이 있었지만, 김세영의 ‘붉은 기운’은 꺼지지 않았다. 결국 4타 차 우승. 갤러리의 환호 속에 터진 특유의 ‘파이팅 세리머니’는 5년 만에 다시 빛났다.

오랜 무관의 터널은 길고도 깊었다. 김세영은 “5년간 우승이 없으면서 조급함도 있었다. 그러나 길을 잃으면 다시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길을 찾으면, 다시는 이탈하지 않는 게 교훈”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이번 우승이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자신을 되찾은 시간’이라고 했다. 김세영은 “그동안은 너무 전략적으로 하려 했다. 이번에는 신인 때처럼 계산하지 않고, 제 스타일대로 플레이했다”며 “다시 깨달았다. 이번 우승은 내게 정말 값진 경험이 됐다”고 강조했다.

‘레드퀸’의 상징인 빨간 바지를 입은 이유도 여전했다. 그는 “오늘도 안 되면 다시는 안 입으려 했는데, 이제 평생 입어야 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해남 바닷바람 속에서, 가족과 친구, 이웃들이 직접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응원의 목소리에 힘을 냈다. 김세영은 “동네 분들이 다 오셨다. 아버지 친구분들 목소리가 제일 컸던 것 같다”고 웃으며 “이 우승으로 좋은 기운과 젊은 에너지를 나눠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김세영은 LPGA 통산 13승을 달성하며 상금 1500만 달러를 돌파, 역대 상금 순위 ‘톱10’에 진입했다. 그의 시선은 이제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김세영은 “잘했던 선수는 결국 자기 걸 찾으면 다시 잘하게 된다. 이번 우승은 내 커리어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이제 진짜, 다시 시작”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