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국내 증시에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의 정기 변경(리밸런싱) 시점이 다가오면서다. 특히 이번 변경에서는 ‘뷰티 테크’ 신흥 강자 APR의 신규 편입과 ‘전통 식품 강자’ 오리온의 편출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종목 교체를 넘어, 한국 산업 지형의 변화와 글로벌 투자 자금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MSCI 지수 변경이 주목받는 이유는 막대한 ‘패시브 자금’의 이동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MSCI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지수 구성 종목이 바뀌면 이들은 펀드매니저의 판단과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해당 종목을 사고팔아야 한다. 추정되는 패시브 자금 규모만 수조 원에 달한다. 편입 종목에는 강력한 매수세가, 편출 종목에는 매도 압력이 단기적으로 집중되는 ‘수급 이벤트’가 발생한다.
이번에 편입이 유력시되는 APR은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등 뷰티 디바이스의 폭발적인 성공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시가총액을 조 단위로 끌어올리며 뷰티 업계의 판도를 바꾼 기업이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고성장 기술주’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APR의 편입은 K-뷰티 산업의 중심이 전통 화장품에서 기술 기반의 ‘뷰티 테크’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될 수 있다.

반면, 편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으로 대표되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춘 우량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바이오, 뷰티 테크 등 신성장 산업의 종목들이 약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순위가 밀려난 것으로 분석된다. 오리온의 편출 가능성은 개별 기업의 문제라기보다, 글로벌 투자 자금이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소비재보다 혁신 기술 기업으로 이동하는 큰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미 시장은 이러한 가능성을 선반영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편입·편출 예상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으며,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기대감과 우려감 속에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실제 MSCI의 리뷰 결과는 11월 중순경 발표될 예정이며, 지수 변경 효력은 11월 말경 발생한다.
결국 이번 MSCI 정기 변경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을 넘어, 한국 증시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어떤 산업과 기업의 미래 가치에 베팅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이번 이벤트에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