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김종민이 가는 길이 곧 경정의 역사다.”
한국 경정이 첫 발을 내딛은 지 24년. 그 역사를 처음부터 함께 달려온 사나이가 있다. ‘2기 출신 절대강자’ 김종민(2기, B2)이 그 주인공. 그가 지난 15일, 한국 경정 사상 최초로 통산 600승을 달성하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김종민이 가는 길이 곧 경정의 역사’란 말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2002년 6월, 한국 경정이 첫 항로를 띄운 그해. 갓 20대 중반의 김종민은 ‘2기 신인’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신인이 첫해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김종민은 예외였다. 2003년 평균 스타트 0.28초, 58경주 출전 중 1착 18회, 2착 11회, 3착 11회. 승률 31%, 연대율 50%, 삼연대율 69%를 적었다.
당시로선 믿기 어려운 기록이었다. 그는 데뷔 2년 차인 2004년 대상 경정 결승에서 0.09초의 ‘폭발 스타트’로 우승, ‘김종민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경정에서 감각의 상실은 곧 슬럼프를 의미한다. 그러나 김종민 사전에 ‘슬럼프’는 없는 단어다. 2003년 이후 단 한 번도 시즌 10승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2010년 40승, 2012년 35승으로 두 차례 다승왕에 올랐다. ‘꾸준함으로 만든 절대강자’, 이보다 정확한 수식은 없을 것이다.

어느덧 김종민은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최전선에서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올해 43회차 기준, 24승을 기록하며 변함없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오는 29~30일 열리는 제23회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출전권도 획득했다.
한국 경정 24년 역사에서 ‘통산 600승’은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고지였다. 김종민은 2022년 최초 500승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0월 15일 42회차 13경주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 경정 사상 첫 600승 주인공이 됐다.
그의 성적은 곧 경정의 기록이다. 대상경주 우승 16회, 준우승 11회, 3위 4회. 역대 최다 대상경주 우승 기록 보유자이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커리어를 쌓았다.
예상지 경정코리아 이서범 전문위원은 “김종민은 신인 시절부터 강력한 스타트 감각으로 자신의 레이스를 만들어온 선수”라며 “지금도 철저한 자기관리와 집중력으로 경정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종민이 첫 스타트를 끊던 2002년, 한국 경정은 낯선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수많은 팬과 시스템, 그리고 기록이 쌓인 프로 무대가 됐다. 그 중심에 늘 김종민이 있었다. ‘600승’이란 숫자는 단순한 개인의 영광이 아니다. 한국 경정의 성장, 그리고 한 시대의 증거다. kmg@sport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