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 기자] 꼭 그래야만 했을까?
축제의 자리가 ‘불편한’ 자리로 변했다.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GV에서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에서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수상자들이 참석해 핸드프린팅을 남기는 전통 행사로, 황정민, 김고은, 정해인, 이상희, 노상현, 박주현 등이 함께 자리했다.
사회는 베테랑 MC 박경림이 맡았다. 박경림은 행사 초반부터 메인 스폰서가 대상그룹 청정원임을 밝혔다. 스폰서 언급 자체는 행사를 참관한 팬들도 대부분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홍초 시음 장면에서 논란이 일었다. 박경림은 청정원의 홍초를 언급하며 현장에 준비된 제품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맛있다’고 소개하며 배우들에게 마실 것을 권했다.
지난해 영화 ‘파묘’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고은의 반응은 센스가 돋보였다. 신맛을 좋아하는지 현장에 놓인 음료를 단숨에 들이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맑은 목소리로 ‘홍초!’라고 말하며 주변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이날의 주인공 황정민에게서 발생했다. 지난해 영화 ‘서울의 봄’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황정민에게 박경림이 ‘맛있다’며 홍초를 권하자, 황정민은 ‘또야’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 순간 박경림은 사회자 자리를 이탈(?)하기까지 하며 황정민에게 다가갔고, 강권하다시피 음료를 권했다. 황정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이 마셨다.
이내 황정민은 토할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곤욕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홍초는 힘들어’”, “오늘은 안 마시려고 했는데...”라는 말과 함께 불편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 순간, 축제의 자리는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로 변질되고 말았다.
황정민은 11년 전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에서도 홍초를 마시고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으로 ‘레전드 홍초짤’을 탄생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날의 분위기는 그때와 달랐다. 강요의 분위기가 역력했기 때문이다.
맛과 미각은 개인의 고유한 영역이다. 황정민의 표정만으로도 그가 신맛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박경림은 행사를 진행하는 내내 메인 스폰서인 대상그룹과 청정원을 수차례 언급했다.
현장에 있던 팬들은 황정민의 표정에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일부는 불편함을 넘어 분노까지 표출했다.
배우를 존중하는 것과 스폰서 홍보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은 어디인지,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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