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만은 없다. 그동안 뉴진스에게 상처받은 이들이 많다.

K팝의 ‘혁신’처럼 등장하더니, 돌연 ‘혁명’을 자처했다. 소속사 어도어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1년여의 분쟁 끝에 자칭 ‘혁명’은 실패로 종결됐다. 이들은 결국 어도어에서 뉴진스의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대에 다시 서기 전,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 그간 뉴진스가 보여준 일련의 언행은 대중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 K팝 산업에 대한 사과: ‘혜택은 받고, 시스템은 깎아내리고’

혼자 스타가 된 게 아니다. 뉴진스는 K팝 산업이 가진 막대한 자본과 치밀한 프로듀싱 능력을 통해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 그러나 분쟁 과정에서 이들은 어도어 탈출 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도리어 K팝 시스템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법원의 독자 활동 금지 가처분 인용 직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K팝 산업의 문제가 하룻밤 사이에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것이 한국의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발언도 했다.

K팝 산업에 대한 명백한 폄훼였다. 자신들이 누린 부와 인기의 근간이었던 시스템을 스스로 깎아내렸다. 심지어 외신을 통해 K팝 시스템 자체를 비난했다. 이중적인 행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사과: ‘헌법을 따르는 것은 국민의 의무’

뉴진스가 법원의 판단에 보인 대응 역시 문제였다.

앞서 이들은 하니의 ‘무시해’ 발언 논란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국회 국정감사까지 출석했다. 국가의 제도적 구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법원이 자신들의 독자 활동에 제동을 걸자 달라졌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불만을 드러냈다.

멤버들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실망했다”고 표현했다. 필요할 때만 국가의 힘을 빌리고, 불리한 판결 앞에서는 헌법 질서의 기본인 사법부의 판단을 경시한 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다.

▲ 동료에 대한 사과: ‘인권은 뉴진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뉴진스와 어도어 전 대표 민희진이 보인 동료 아티스트를 향한 태도는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줬다. 민희진은 기자회견에서 르세라핌, 아일릿 등 하이브 산하의 다른 그룹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자신의 분쟁에 끌어들였다. 뉴진스 멤버들 역시 자신들의 계약 해지 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동료 그룹을 깎아내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데 동조했다.

이 탓에 동료 아티스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고스란히 대중에게 노출됐다. 동료들의 인권과 명예는 철저히 무시됐다. 이 역시 필요할 때만 자신들의 인권을 강조하고, 불리할 때는 동료들의 인권마저 외면했다는 ‘선택적 인권 존중’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어도어는 멤버들이 돌아오기 전부터 뉴진스 활동 재개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진심으로 이해를 구하는 일이다. 사과 없는 노래와 춤은 대중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