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대전=김용일 기자] “(A매치) 최다골에 신경 쓰기보다 다가오는 월드컵에 초점 맞춰.”
볼리비아를 상대로 환상적인 프리킥 결승포를 쏘아 올린 축구대표팀 홍명보호의 ‘캡틴’ 손흥민(LAFC)은 또 하나의 대기록 경신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손흥민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A매치 평가전에서 0-0으로 맞선 후반 12분 오른발 프리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2-0 승리에 앞장섰다.
앞서 한국은 경기를 주도했지만 볼리비아의 밀집 방어를 뚫는 데 어려워했다. 역습도 허용했다. 그러나 후반 황희찬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얻어낸 프리킥 때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볼리비아 골문 구석을 갈랐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올해의 골로 선정된 득점 장면과 닮았다. 손흥민은 지난 8월 FC댈러스전에서 비슷한 위치에서 프리킥 키커로 나서 오른발로 감아 차 득점했는데, MLS 올해의 골에 뽑혔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요즘 상대도 우리를 많이 분석한다. 그래서 공격이 들어맞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도 상대 공격을 잘 막아낸 것처럼 축구에서 항상 쉬운 경기는 없다”며 “그라운드 컨디션도 100%가 아니어서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없었던 것도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와중에 이런 세트피스가 어떻게 보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나 뿐 아니라 헤더를 잘하는 선수나 킥이 좋은 선수가 많다. 경기력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이렇게 승리를 얻는 게 가끔 더 중요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는 특별하다. 내달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을 앞두고 ‘포트2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국으로서는 볼리비아를 잡으면서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다. 손흥민은 “전반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홍명보) 감독께서 결과를 꼭 가져와야 하는 경기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셨다. 다들 동의했다”며 “주장으로 이런 상황일수록 좀 더 침착하게 하자고 했다. 희찬이도 같은 의견을 전했다. 선수끼리 한 마음으로 얘기를 나눈 게 후반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손흥민은 A매치 139번째 경기에서 54호 골을 터뜨렸다. A매치 통산 최다 득점 1위(58골)인 차범근 전 감독을 4골 차로 추격했다. 그는 지난달 브라질전에서 A매치 137경기 기록을 쓰며 차범근 전 감독과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이상 136경기)을 넘어 한국인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쓴 적이 있다. 어느덧 최다골 경신도 눈앞이다.
이 얘기에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면 그게 또 앞에 있지 않을까”라며 “최다골을 신경 쓰기보다 다가오는 월드컵에서 우리의 플랜 속에서 내가 어떻게 팀원을 도울지를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후반 자기 대신 교체로 투입된 조규성이 부상을 극복하고 1년 8개월 만에 대표팀에 돌아와 쐐기포를 터뜨린 것을 반겼다. 그는 “규성이가 건강하게 복귀해서 골을 넣은 게 대표팀에 엄청나게 좋은 힘을 준 것 같다. 어려운 시간이 있으면 분명히 또 좋은 시간이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날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가입 기념식을 가진 ‘동갑내기’ 이재성 얘기엔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가장 중요한 선수”라며 “재성이와 내가 16세 중등연맹 때부터 발을 맞춰오고 함께 성장했다. 재성이는 전북 현대로 가고 나는 어릴 때 유럽으로 갔다. 늘 재성이의 커리어를 팔로우했는데 대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이재성 A매치 데뷔전)할 때 아직도 재성이와 주고받은 플레이가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도 이 친구가 더 많은 찬사를 받았으면 한다”고 치켜세웠다. kyi048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