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시즌 내내 끝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은퇴를 선언한 마지막 시즌에 월드시리즈(WS) 우승을 차지하며 물러난 이토록 완벽한 엔딩이 또 어디 있을까. 정작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한 레전드는 담담했다. 통산 223승을 거둔 클레이튼 커쇼(37) 얘기다.
다저스 네이션은 15일(한국시간) “커쇼가 은퇴 시점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고 전했다. 18시즌 동안 다저스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커쇼는 통산 455경기에 나서 233승96패, 평균자책점(ERA) 2.53의 기록을 남겼다. 다저스를 넘어 메이저리그(ML)를 대표하는 투수인 만큼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도 사실상 100%다.

기록도 걸출하다. MVP 1회, 사이영상 3회, 골드글러브 1회, 올스타 11회, ERA 타이틀 5회 등이다. 등 투수가 받을 수 있는 타이틀은 모두 거머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올해도 다저스가 백투백 월드시리즈(WS)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 번의 WS 우승이라는 영광까지 품에 안았다.
마지막을 직감했다고 털어놨지만, 올해 활약 역시 눈부셨다. 통산 2855.1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삼진 3052개를 솎아냈다. 올해 3000삼진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단 20명의 투수만 달성한 기록인 데다, 은퇴 직전 ML 현역 선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동시에 다저스 역사상 통산 bWAR 1위(78.1 기록 보유자다.

지난 9월19일 소식을 발표한 커쇼는 하루 뒤 샌프란시스코전에서 마지막 홈 경기를 치렀다. 올시즌 성적은 23경기, 11승2패, 평균자책점 3.36.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올해 불펜 난조로 방황한 다저스 로테이션의 한 축을 끝까지 책임졌다.
“사실 시즌 내내 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운을 뗀 그는 “올해가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는 걸 느꼈다.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포스트시즌(PS)에 들어서니 확신이 섰다”고 회상했다.

본인 또한 커리어 마지막을 WS 우승으로 장식하게 될 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양새다. 커쇼는 “이렇게 끝낼 수 있다니, 정말 특별하다”며 “이보다 더 좋은 결말이 있을까 싶다. 이제 정말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고, 오히려 그걸 받아들이니 편안해졌다. 더 이상 버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워낙 선발진이 탄탄한 다저스다. 오타니 쇼헤이부터,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타일러 글라스노우, 그리고 상황에 따라 에밋 시헌까지. 다만 커쇼가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