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틱붐’ 이어 ‘조나단 라슨’ 이야기 선택

스스로 가둔 ‘로저’ 외로움, 사랑과 우정으로 폭발

‘특별한’ 경험과 함께한 ‘특이한’ 속풀이로 완성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배우 이해준이 9개월의 휴식기를 보낸 후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최근 5년간 쉼 없이 달려왔기에, 그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너무도 긴 기다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달콤한 휴식이라고만 회상할 수 없다. 지난 시간 동안 결코 쉬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본을 손에 들었을 때 가장 진지한 ‘배우 이해준’다운 일상을 보냈다. 그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그동안의 일상을 털어놓으며, 배우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는 소중히 간직하면서도 또 다른 캐릭터 변신을 향한 도전은 이어갔던 것이다.

변화도 있었다. 배우로서 불리고 있는 예명 ‘해준(偕準)’이 또 다른 ‘해준(瑎晙)’으로 탄생했다. 이번에도 그의 어머니 권유가 있었다. 이름 뜻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밝은 옥돌·여의주·음양 조화로, 말년 운이 좋고 대길수가 좋다”라고 설명하며 “현재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라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해준의 공백기를 깬 작품은 뮤지컬 ‘렌트’다. 올해 한국 프로덕션 25주년 및 열 번째 시즌을 맞아 2년 만에 돌아온 무대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기존 멤버들만큼 뉴 캐스트로 구성돼, 어느 때보다 기대와 의미가 크다.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보낸 이해준은 지난 2월 뮤지컬 ‘틱틱붐’ 종료 후 곧바로 ‘렌트’ 오디션에 참가해 최종 합류했다. 작품과 작품의 연관성도 그를 작품으로 이끈 요소지만, 무엇보다 ‘존(틱틱붐)’을 통해 내면의 모습을 끄집어내는 깊이 있는 매력에 끌렸다.

극 중 이해준은 여자친구를 잃은 AIDS 양성 환자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갇힌 ‘로저’를 연기한다. 워낙 어두운 캐릭터이기에, 연습 초반에는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렌트’에 대해 “다른 작품과 다른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동료들과 호흡했다. 연습 과정부터 서로를 알아가며 끈끈하게 작업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라고 소개했다.

‘로저’의 세계관에 스며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다른 배우들을 속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안과 위로를 받았다. 그는 “매 연습 시작 전 어떻게 살았고, 어떤 아픔과 고민이 있는지 서로 나눴다. 우리의 이야기가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과 시선이 달라졌다. 그 과정들을 담은 눈빛들이 고스란히 무대 위에서 펼쳐져, 첫 공연의 커튼콜 때 많이들 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 동문인 정다희와 김수연과의 무대 위 첫 만남에 더 큰 용기를 얻었다. 그는 “직접적으로 붙는 신은 없다. 하지만 오래 알았던 사이인만큼 진짜 친구같은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대학 졸업 후 배우로 성장해 다시 만나면 서로 ‘고생했다. 잘 버텼다’라고 말할 정도로 외로운 길이다. 그 친구가 빛나면 우리도 빛나기에 힘을 받는다. 정말 신기한 작품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을 떠올리며 “여러 명이 주인공인 작품”이라며 “동기가 앙상블로 참여했는데, 매력 있게 빛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렌트’는 전체가 앙상블을 이뤘을 때가 가장 좋은 시너지를 발휘한다. 각자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신이 구석구석에 있어, 전체 배우들이 매력 있게 보인다”고 시선 고정보단 각 인물에 초점을 맞춰 관람하는 것을 추천했다.

올해로 프로 배우로서 12년째. 이해준은 거창한 수식어보다 무대 위에서 마음을 표현하는 작품에 나설 생각이다. 그는 “인물과 맞닿을 수 있다면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것이 가장 큰 축복인 것 같다”며 “연극, 영화 가리지 않고 도전하지만, 무대가 첫 번째다. 나를 찾아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처럼 빛나는 젊은 예술가들이 노래하는 ‘렌트’는 내년 2월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