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분명 본업이 배우인데, 이상하게 본업을 할 때 가장 낯설다. 캐릭터가 생명력을 얻고 폭발적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걸 보고 나서야 “아 맞다, 배우였지”를 떠올리게 된다. 이젠 예능 속 모습이 익숙해졌지만, 이광수의 본업은 ‘배우’가 맞다.
‘이광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긴 팔다리를 휘저으며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이다. 또는 억울한 모습, 소리 지르는 모습, 배신하는 모습. 이 모든 것은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으로 각인된 이광수의 모습이다.

지난 2010년부터 ‘런닝맨’ 고정 멤버로 활약한 이광수는 교통사고 후 회복을 위해 하차한 2021년까지 약 11년간 주말 황금시간대 예능프로그램의 주역이었다. 그동안 ‘키 큰 배우’라는 단순한 수식어로 표현되던 이광수는 ‘런닝맨’을 통해 ‘배신 기린’ ‘아시아 프린스’ 등 개성 가득한 별명을 얻게 됐다. 이광수에게 있어선 황금기였다.
그러나 이광수의 본업은 배우다. 대중적 호감도와 인지도가 상승한 것까지 좋았으나 과도하게 예능적인 이미지가 소비될 경우 본업에도 영향이 가게 된다. 아무리 진지한 연기를 하고,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여도 결국 웃음을 남길 뿐이었다.

이후 마침내 이광수는 이미지 변신을 꿰했다. 웃기고, 친숙한 모습 대신 날카롭고, 예민한 모습을 장착했다. 올해 초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 속 모습이 그러했다. 극 중 이광수는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한의사 안경남(한상훈) 역을 맡았다. 연인에게 다정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스윗남’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불륜남이다. 자신이 위기에 처하자 치졸하고, 악랄해진다. 우스꽝스러운 예능 속 이광수가 아니라 철저하게 비열한 인물로 변신했다.

최근 공개된 디즈니+ ‘조각도시’에선 국회의원 아들 백도경 역을 맡았다. 약과 술에 취해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인 뒤 이를 무관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망나니다. 금 귀걸이에 값비싼 옷을 걸치고 자신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지는 이들을 보며 껄껄거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메인 빌런은 아니지만 분노를 유발하는 감초 빌런이다.

동시에 친숙한 모습으로도 연기했다. 영화 ‘나혼자 프린스’에선 자신의 수식어 ‘아시아 프린스’를 활용한 톱스타 강준우를 맡았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톱배우지만, 그 내면엔 인간적인 지질함이 섞여있는 인물이다. 작품 속 강준우가 억울한 상황에서 짜증을 낼 때면 실제 이광수와 겹쳐보일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이다.
여기에 tvN 드라마 ‘이혼보험’까지 올해만 벌써 네 작품으로 대중과 만났다. 동시에 예능을 병행하며 ‘인간’ 이광수의 면모도 놓지 않았다. 현재 이광수는 절친 김우빈, 도경수와 함께 tvN 여행 리얼리티 ‘콩콩팡팡(콩 심은 데 콩 나서 웃음팡 행복팡 해외탐방)’에 출연 중이다.
이광수의 가장 큰 무기는 친숙함에 있다. 예능 속 본 모습과 코미디 연기를 할 때 진가가 발휘된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이광수를 대중이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