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방송가에서 나영석 PD의 활동 반경이 뚜렷하게 넓어지고 있다.
예능 제작을 넘어 유튜브, 글로벌 OTT, 애니메이션 더빙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나 PD가 이번에 들고 나온 ‘케냐 간 세끼’는 그 긴 서사의 새로운 챕터다. 25일 처음 공개되는 이번 예능은 이수근·은지원·규현이 케냐의 대자연을 누비며 펼치는 ‘사파리 버라이어티’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나영석 PD와 김예슬 PD가 “전통적 버라이어티 포맷에 기반한 작품”이라고 밝힌 만큼, ‘아는 맛’의 재미를 지키되 낯선 환경에서 오는 생생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광활한 초원, 야생동물과의 우연한 조우, 예측 불가능한 현장 변수가 어우러지며, 한국 예능의 리듬이 지구 반대편에서 새롭게 울린다. 오래된 호흡을 나눈 ‘세끼 형제’ 세 사람이 한층 농익은 티키타카로 현장을 채운다는 점도 기대 요소다.
이번 작품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나 PD가 처음으로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OTT 오리지널’에 참여한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그의 전작 ‘서진이네’가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글로벌 스트리밍을 경험하긴 했지만, ‘케냐 간 세끼’는 처음부터 글로벌 플랫폼을 목표로 설계된 예능이다.
사실 나영석 PD는 변화의 물결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그 흐름을 구조적으로 흡수해온 연출자에 가깝다. 그는 예능의 소비 방식이 빠르게 변하던 시기,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를 실험실처럼 활용했다.
TV에서 5분 분량의 숏폼을 먼저 보여주고, 유튜브에서 풀버전을 공개하는 ‘TV-유튜브 하이브리드 포맷’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예능인상까지 수상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나 PD의 활동 반경이 예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디즈니 ‘주토피아 2’ 한국어 더빙에 스페셜 카메오로 참여한 것은 그의 확장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나영석 PD는 극 중 ‘폴’ 역을 맡아 목소리 연기에 도전했고, 문상훈·이은지·가비·미미 등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 새로운 캐릭터군을 구축했다.
예능의 연출자가 애니메이션 더빙 현장에서 또 다른 역할을 구축하는 장면은, 한국 콘텐츠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교차점이다.
이 모든 움직임을 연결해보면, 요즘 나영석 PD가 ‘대세’로 떠오른 배경은 단순한 화제성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예능의 원형을 지키면서도 플랫폼의 진화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 그리고 변화를 수용하는 대신 그 변화의 중심에서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내는 태도를 동시에 갖춘 연출자다.
그가 구축해온 지난 20년의 시간은 한 번도 같은 색으로 머물지 않았고, 이제 그 서사는 글로벌 스크린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다음 행보가 다시 어떤 지형을 바꿔놓을지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그 점에 있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