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 120명, 전가협 앞 규탄 집회…“5명의 선동에 3000명이 죽어간다”

‘본사=악(惡)’ 프레임의 역설

정치·유튜버 개입에 애꿎은 점주만 피해 매출 30% 증발·방송 중단

‘기획된 분쟁’이 남긴 섬뜩한 경고장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대한민국 요식업계의 상징이자 ‘골목상권 멘토’로 불리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번 위기의 양상은 과거의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을(乙)’을 대변한다던 단체들이 본사를 공격하자, 정작 현장의 진짜 ‘을’인 가맹점주들이 “제발 우리를 내버려 두라”며 삭발 투혼까지 감행하고 나선 것이다.

◇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거리로 나온 사장님들의 절규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 사무실 앞은 분노한 자영업자들의 외침으로 가득 찼다. 더본코리아 가맹점주협의회와 상인 등 120여 명이 결집해 전가협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의 주장은 명확했다. 전가협과 일부 유튜버들이 극소수(5명) 점주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사실인 양 유포해, 열심히 장사하는 3000여 명의 나머지 점주들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삭발까지 감행한 한 점주는 “저들의 악의적인 여론몰이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의냐”고 울분을 토했다.

◇ 무너진 신뢰 시스템, 그 틈을 파고든 ‘기획된 분쟁’

이번 사태의 표면적 이유는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들의 수익성 보장 요구다. 하지만 업계는 이를 단순한 생계형 민원을 넘어선, 프랜차이즈 산업의 취약점을 파고든 ‘기획된 분쟁’의 일면으로 보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일부 점주들은 과거 타 브랜드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본사를 압박해 보상금을 받아낸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개별적인 문제를 조직화하고, ‘전가협’과 같은 단체의 지원을 업어 이슈를 확산시킨다.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가맹 계약’이라는 시스템을 무력화한다는 점이다. 계약서상의 책임보다 “장사가 안되니 돈을 내놔라”는 식의 떼법과 여론전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현실이다. 본사가 법적 절차로 시시비비를 가리려 해도, 이미 여론재판대 위에서 ‘악덕 기업’으로 낙인찍힌 후에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정치권과 사이버 렉카의 ‘협공’… 매출 30% 증발

사태를 재난 수준으로 키운 것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다. 정치권(을지로위원회)은 개별 기업의 분쟁을 ‘대기업 대 소상공인’의 대결 구도로 프레임화해 국정감사 이슈로 비화시켰다. 여기에 조회수를 노린 유튜버, 이른바 ‘사이버 렉카’들이 가세해 확인되지 않은 내부 정보를 자극적으로 가공하며 기름을 부었다. 백종원이라는 대중적 인지도가 팩트 체크 없는 비방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 된 셈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점주들에게 돌아갔다. 더본코리아는 논란이 본격화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급감하며 적자 전환 위기에 몰렸다. 작년 4600억 원대였던 연 매출이 올해는 3,000억 원대 초반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 대표의 방송 편성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 “이대로면 누가 사업하겠나”… K-프랜차이즈의 위기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프랜차이즈 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경고음으로 해석한다. 무조건적인 ‘약자 보호’ 프레임이 오히려 건전한 가맹점주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고위 관계자는 “백종원 대표처럼 대중적 신뢰도가 높은 오너조차 정치권과 유튜버가 결탁한 파상 공세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부 세력이 주도하는 악의적 분쟁 조장 행위에 대해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K-프랜차이즈의 글로벌 성장은 요원할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골목상권의 구세주’마저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기울어진 운동장. 삭발한 점주의 머리카락 위에 떨어진 눈물은 우리 사회가 기업을, 그리고 프랜차이즈 산업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