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프라이버시 침해 규모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급인 3370만건의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이 국내를 넘어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과징금 논란을 넘어, 쿠팡의 기업 존속성까지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미국서 정조준 당한 쿠팡

한국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현지 로펌 SJKP는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본사(Coupang Inc)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한 미국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면 배상액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쿠팡은 미국 델라웨어 법인이며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쿠팡Inc 의결권의 약 74%를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보유하고 있고, 미국 공시상 그는 한국 사업의 최고운영의사결정자로 명시돼 있다. 쿠팡 매출의 80~90%가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법적 책임 구조는 미국 본사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형태다.

그럼에도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노동자 사망, 입점업체 갈등, 수수료 논란, 국회 출석 요구 등 위기 때마다 해외 체류 뒤에 숨는 행태가 반복돼 왔다.

창업자 김범석은 지난해에만 보유 주식을 매각해 48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현금화했다. 한국 시장이 만든 기업가치 덕분에 막대한 수익을 거뒀지만, 한국 사회에 책임지는 자리에는 단 한 번도 서지 않았다.

◇쿠팡 생존의 마지막 변수

개인정보 유출 이후 쿠팡 이용자 수가 감소추세다. 이른바 ‘탈팡’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소비자 이탈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내 소비가 ‘록인(묶어두기) 효과로 장악되어 있기에 소비 패턴이 바뀌지 않는한 전격적 이탈은 어렵다는 것. 또한 반복되는 정보유출 사태로 소비자 인식이 무덤덤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쿠팡을 진짜 위기로 몰아넣을 변수는 결국 한국 소비자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쿠팡이 흔들리면, 빈자리는 다른 사업자가 채우기 마련이다. 이미 다수의 플랫폼들이 대기 중이다.

이번에 진행하는 미국 소송은 쿠팡을 압박하는 외부 변수다. 쿠팡을 각성시키거나 퇴출할 수 있는 실제 변수는 사실 하나뿐이다. 이번에 개인정보가 털린 한국의 수천만 소비자다. 결국 쿠팡의 운명은 한국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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