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교육은 정치, 이념, 신자유주의, 시스템,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다섯 가지 난(亂)이 뒤엉킨 ‘내란’ 상태입니다. 이제는 기본(Basic)을 세우고, 관계(Relationship)를 회복해, 아이들의 성장(Growth)을 돕는 ‘BRG’로 교육 생태계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지난 2022년 경기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였던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가 벼랑 끝에 선 한국 공교육의 해법을 담은 저서 ‘교육내란’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지난 6일 경기대학교 텔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성기선 교수의 출판기념회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신일 전 교육부 장관(부총리), 조용익 부천시장 등 정·관계 및 교육계 인사와 시민 8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출판기념회를 넘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대안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을 방불케 했다.

성 교수는 저서를 통해 현재의 교육 위기를 ‘내란’으로 규정했다. △과도한 정치 개입 이념 갈등 무한 경쟁의 신자유주의 경직된 시스템 불확실한 미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교육의 본질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가 제시한 탈출구는 ‘BRG 교육모델’이다. 성 교수는 “교육을 교육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본질 회복”이라며 튼튼한 기본(Basic) 학력과 인성 교사-학생-학부모 간 신뢰의 관계(Relationship) 회복 이를 통한 학생의 진정한 성장(Growth)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의 시국 상황을 언급하며 ‘교육내란’이라는 책 제목에 무게를 실었다.

김 지사는 “지난해 우리는 불법 계엄과 내란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현장을 목격했고, 그 내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성 교수가 지적한 ‘교육내란’의 뿌리는 어쩌면 정치적 내란보다 더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가 교육내란의 뿌리를 뽑고 교육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의 은사인 김신일 전 교육부 장관은 “학창 시절부터 학교 현장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제자”라고 회고하며 “율곡교육연수원장,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등 풍부한 행정 경험이 더해져 교육 문제를 꿰뚫는 내공이 한층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진 북토크에서는 교육 철학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다. 대담자로 나선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현재 학생과 교사 모두 감당하기 힘든 곤란함의 극단에 서 있다”며 “차기 진보 교육감은 반드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성 교수는 혼자만의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공동체와 함께 답을 찾아가려는 진정성이 보인다”고 호평했다.

성기선 교수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교육내란은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과 욕망이 투영된 결과”라며 “무너진 관계의 회복을 통해 따뜻한 공동체가 살아숨쉬는 ‘멋있는 교육’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wawakim@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