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그 경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제주SK 김정수 감독대행은 김학범 전 감독 사퇴 후 흔들리던 팀의 K리그1 잔류를 이끌었다. 김 대행 체제로 치른 K리그1 정규리그 8경기에서 제주는 2승2무4패를 기록했다. 승강플레이오프에서는 K리그2 수원 삼성을 두 경기 합산 3-0 완파하며 잔류에 성공했다. 최종 성적은 4승2무4패. ‘소방수’ 역할을 나름대로 해냈다.

쉽지않은 여정이었다. 김 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처음 치른 9월28일 수원FC전은 제주를 ‘강등 걱정’으로 이어지게 했다. 무려 4명이 퇴장당하는 끝에 패배했다. 새 대행 체제에서 리더십이 잡히지 않았다는 의미라 안팎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시즌 종료 후 휴식 중인 김 대행은 데뷔전 얘기를 꺼내자 웃었다. 그는 “그 경기를 생각하면 아찔하고 무섭다”라면서 “팀을 정비할 시간도, 경기를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 시점이었다. 정확하게 방향성을 설명하지 못한 채 경기에 들어갔다. 그땐 정말 큰일 난 게 아닌가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전화위복이었다. 핵심 4명이 빠진 뒤 곧바로 치른 전북 현대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 대행은 “연령대 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있는 선수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4명이 뛰지 못하면 다른 선수로 채워야 했다. 오히려 많이 못 뛰던 선수들이 나가 잘해주니 효과가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팀 문화를 바꾼 것도 주효했다. 김 대행은 “위기 상황에서는 응집력이 중요하다. 스태프부터 더 많이 소통했다. 식사 자리에서 다양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선수와 밥 한 끼는 함께 하며 40분 정도라도 대화하라고 했다. 팀이 밝아지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제주는 시즌 마지막 네 경기에서 3승 1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수원을 압도했다. 김 대행은 “정규리그 8경기 안으로 팀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분위기를 잡고 승강플레이오프에서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라면서 “1차전 승리 후 수원이 경기력이 좋았다고 자평한 점이 우리에겐 긍정적이었다. 선수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전의를 불태웠다”라고 말했다.

김 대행이 뽑은 잔류 최고 공신은 남태희. 김 대행은 “태희와 얘기를 많이 나눴다. 축구를 보는 눈이 좋다. 전반전을 마친 뒤 무엇이 문제인 것 같냐고 물으면 내가 생각한 지점과 거의 일치한다”라면서 “태희는 후배에게 안 하던 쓴소리도 하고 많이 변화했다. 팀 분위기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해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김 대행의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다. 제주의 잔류를 이끈 만큼 행보가 주목된다. 김 대행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지도자로 팀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 대행을 하며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나름 노하우도 얻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