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V 유연생산’ 승부수…일각선 “자율주행 실패 고육지책”
- 수장 사퇴·적자 ‘SDV 위기설’…사측 “기술 혁신 이상무”
- 하이브리드·제네시스 ‘수익 방어’…미래차 입증은 과제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2026년 사업 계획의 핵심 승부수로 ‘하이브리드(HEV) 유연 생산’을 꺼내 들었다. 북미와 유럽의 환경 규제 완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에 따른 유연한 대처라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자율주행과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 지연에 따른 ‘기술적 후퇴’이자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하이브리드 확대는 하드웨어(파워트레인) 전략의 일환이며, 소프트웨어(SDV) 전환은 이와 별개로 강력하게 추진 중”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현실적 수익’과 ‘미래 기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투트랙 전략’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 1조 까먹고 ‘빈손’…뼈아픈 자율주행 성적표


현대차의 이번 결정이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시점이 공교롭기 때문이다. 그룹의 미래 기술을 총괄하던 송창현 AVP(첨단차플랫폼) 본부장(사장)이 최근 전격 사임했고, 자율주행 관련 계열사들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앱티브와 합작해 만든 자율주행 기업 ‘모셔널’은 2023년에만 80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누적 적자만 2조 원이 넘는다. 그룹 SDV 전환을 주도하는 핵심 계열사 ‘포티투닷’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티투닷의 영업손실은 2023년 915억 원에서 2024년 1761억 원(추정치)으로 급증했다. 수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테슬라나 웨이모와 견줄만한 ‘킬러 콘텐츠’는 아직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송 사장이 사임하며 “테크 스타트업과 레거시(전통) 산업의 충돌”을 언급한 점도 뼈아프다. 정의선 회장이 추진한 ‘외부 수혈을 통한 DNA 개조’가 난관에 봉착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현대차 “엔진과 SW는 상충 안 해… 포티투닷 협업 공고”


이러한 ‘위기설’에 대해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엔진, 즉 하드웨어의 개념이고 SDV는 소프트웨어의 개념”이라며 “두 분야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병행되어 발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이브리드로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자율주행 기술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어 현대차 측은 “미래 경쟁력을 위해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특히 포티투닷과의 협업 체계를 유지하고,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꾸준히 기술을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의 사임과 무관하게 그룹 차원의 SDV 전환 의지는 확고함을 재확인한 셈이다.
또한 기술적 논란 외에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한 돌파구도 제시했다. 현대차는 “올해 각각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고성능 브랜드 ‘현대 N’과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지속적인 성장을 적극 추진하고, 각 현지 시장에 맞춘 특화 모델을 지속 개발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 하이브리드는 ‘진통제’일 뿐…“SDV 성과 없으면 주가 저평가 못 벗어나”

현대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의 시각은 여전히 냉정하다. 하이브리드 증산이 단기 실적 방어에는 ‘정답’일지 몰라도, 기업 가치(밸류에이션)를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현대차 밸류에이션 정상화의 열쇠는 하이브리드가 아닌 자율주행과 SDV 완성도에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송선재 연구원 역시 “하이브리드를 통한 유연한 대응은 긍정적이나, 모셔널과 포티투닷 등의 적자 지속은 밸류에이션 확장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현대차의 항변이 시장에 통하려면 ‘하이브리드 호실적’ 그 이상이 필요하다. 하드웨어의 성공 뒤에 가려진 소프트웨어 부문의 적자와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테슬라나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힐 ‘한 방’을 보여줘야 한다. ‘가장 잘 팔리는 내연기관차 회사’에 머물지 않으려면, 정의선 회장의 ‘모빌리티 솔루션’ 선언을 증명할 구체적인 결과물이 절실한 시점이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