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장동건·고소영, 전지현, 유재석·나경은, 권상우·손태영, ‘피겨 여왕’ 김연아·고우림 부부, 그리고 20일 백년가약을 맺은 ‘세기의 커플’ 김우빈·신민아까지. 당대 최고의 톱스타들이 백년가약을 맺기 위해 선택한 곳은 약속이나 한 듯 서울 장충동의 남산 자락이었다.
대한민국 호텔의 자존심 ‘서울신라호텔’, 그중에서도 한옥의 미를 품은 ‘영빈관’은 스타들에게 단순한 예식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외부의 시선을 완벽히 차단하는 은밀함, 붉은 기와지붕 아래 펼쳐진 고풍스러운 야외 웨딩은 그 자체로 부와 명예의 상징이자 ‘세기의 결혼식’을 완성하는 마침표가 되었다.
◇ ‘스타들의 성지’가 된 영빈관…그 시작은 삼성의 뚝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결혼한다”는 말은 곧 그 집안의 위세를 증명하는 수식어로 통한다. 수많은 특급 호텔이 생겨났음에도 톱스타들이 이곳을 고집하는 이유는 독보적인 ‘헤리티지(Heritage)’에 있다.
신라호텔의 뿌리는 1959년 건립된 국영 영빈관(Guest House)이다. 1970년대, 정부로부터 영빈관 인수를 제안받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깊은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수익성보다는 “한국을 찾는 국빈들에게 우리 고유의 미와 정을 보여줄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명감이 앞섰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를 이름에 붙이고, 전통 한옥 양식인 영빈관을 그대로 보존하며 현대식 호텔 건물을 조화시킨 설계는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이것이 오늘날 서구식 체인 호텔과는 차원이 다른, 신라호텔만의 품격을 만든 결정적 배경이다.
◇ 국빈들의 안가(安家)이자 역사의 현장

영빈관이 스타들의 화려한 무대라면, 호텔 본관은 세계 정상들의 조용한 안식처였다. 지미 카터부터 조 바이든까지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들은 방한 시 으레 신라호텔을 찾았다.
마이클 잭슨, 톰 크루즈 같은 월드 스타들에게도 이곳은 ‘서울의 집’이었다. 철저한 보안과 의전 노하우 덕분에 이곳은 국빈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안가(安家)로 통했다. 신라호텔 로비의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서는 매일같이 대한민국 외교의 역사가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파크뷰’의 충격과 ‘애플망고빙수’라는 팬덤

엄숙했던 영빈관의 이미지에 갇혀있던 신라호텔은 2000년대 이후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시작은 뷔페 레스토랑 ‘더 파크뷰(The Parkview)’였다. 즉석에서 조리해 주는 라이브 스테이션과 최고급 식자재는 ‘뷔페는 질보다 양’이라는 통념을 깨뜨리며 국내 외식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파크뷰 예약 전쟁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10년, 신라호텔을 정의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단연 ‘애플망고빙수’다. 1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름이면 로비 라운지 ‘더 라이브러리’ 앞에는 2030 세대의 긴 줄이 늘어선다. 이들에게 ‘망빙’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일상의 고단함을 보상받는 ‘스몰 럭셔리’이자 SNS에 인증해야 할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전통의 기와지붕 아래서 김우빈·신민아의 ‘세기의 결혼식’이 열리고, 로비에서는 젊은 세대가 ‘망고빙수’를 즐기는 곳. 서울신라호텔은 과거의 유산인 영빈관과 현대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며 대체 불가능한 ‘한국의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연재기획: 원성윤의 호텔의 역사]
①모네의 캔버스, 처칠의 아지트…‘사보이’는 어떻게 전설이 됐나
②110년의 증인, 환구단 맞은편 ‘최초의 럭셔리’ 조선호텔
③샤넬이 30년간 ‘집’이라 부른 곳…리츠 파리, 럭셔리의 역사를 쓰다
④아차산 자락에 핀 ‘동양의 라스베이거스’, 워커힐의 반세기
⑤엄격한 싱가포르서 유일하게 쓰레기 투기 허용된 곳…‘슬링’의 전설 래플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