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석재기자] “증거를 외면한 판정은 오심이다… 대법원은 VAR을 봐야 한다”

체육인들이 법원 앞에 섰다. 사단법인 대한스포츠협의회와 전국체육인연대는 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촉구했다.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공정한 판정’이라는 원칙이 사법 절차에서 지켜지고 있는지 묻는 문제 제기였다.

체육계가 이례적으로 사법 사안에 목소리를 낸 배경에는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다.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과 공정성이라는 스포츠의 기본 가치가 이번 재판 과정에서 훼손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체육인들은 “정치는 떠나 오직 판정의 공정성만을 이야기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이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지점은 하급심 재판에서 객관적 디지털 증거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글 타임라인 등 위치 기반 데이터는 조작 가능성이 극히 낮은 기록이다. 체육계의 언어로 풀면, 이는 경기 장면을 명확히 보여주는 비디오 판독(VAR)과 같다. 체육인들은 “영상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판정은 명백한 오심”이라고 주장했다.

스포츠 현장에서 개인의 항변이나 감정적 주장보다 우선하는 것은 기록과 데이터다. 골라인을 넘었는지, 반칙이 있었는지는 영상과 수치로 판단한다. 체육인들이 보기에 이번 사건에서 핵심 근거로 활용된 일부 증인 진술은 경기 중 선수의 일방적 항의에 가깝다. 진술이 번복되고 신빙성이 흔들린 상황에서 이를 유죄 판단의 결정적 근거로 삼은 것은, 반칙성 플레이를 눈감아준 심판 판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 지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체육계는 “경기가 끝났는데도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고 시간을 끄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비유했다. 스포츠에서 지연된 판정은 선수의 커리어와 팀의 미래를 망친다. 체육인들이 “지연된 정의는 또 다른 폭력”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사법 판단의 지연 역시 개인의 삶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인식이다.

기자회견에 나선 체육인들은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 사안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판정의 문제라는 점이다. 규칙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증거가 공정하게 평가됐는지, 심판이 중립을 지켰는지를 묻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대법원을 ‘최종 심판’에 비유하며, 이번 판단이 오심 여부를 바로잡는 공식적인 비디오 판독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스포츠협의회와 전국체육인연대는 이날 대법원에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한 무죄 취지 파기환송 ▲정치적 표적 수사와 증거 왜곡에 대한 사법부 차원의 경고 ▲권력과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사법 판단을 요구했다.

스포츠는 공정성을 잃는 순간 팬과 사회의 신뢰를 잃는다. 사법 역시 다르지 않다. 체육계가 대법원 앞에서 던진 질문은 결국 하나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외면한 판정, 그것을 정의라 부를 수 있는가.”

wawakim@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