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육체를 입다”…CES 2026 관통한 핵심 화두 ‘피지컬 AI’

- 삼성·현대차는 ‘현장’으로, LG는 ‘가정’으로…영역 파괴 나선 로봇들

- 모니터 밖 현실 세계로…소프트웨어 넘어 ‘하드웨어 AI’ 시대 열렸다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인공지능(AI)이 모니터 속의 두뇌를 넘어 물리적인 신체를 얻었다. 불과 몇 년 전,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며 일상에 침투했던 AI는 이제 인간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로봇의 형태로 진화했다. 상상 속에 머물던 미래가 현실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신체(Body)’를 가진 AI를 선보이며 차세대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불을 지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의 주인공은 단연 ‘AI 로봇’이었다. 이번 CES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AI가 실제 세계에서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차량, 사무실, 상업용 공간은 물론 가장 사적인 공간인 가정으로 들어온 로봇들이 관람객들의 소유 욕구를 자극했다.

◇ 삼성전자, 로봇 투자 가속화…‘피지컬 AI 엔진’으로 승부수

삼성전자는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4대 핵심 분야 중 하나로 로봇을 지목하고, 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개발 의지를 재확인했다. 단순히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을 넘어, 로봇을 구동하는 핵심 소프트웨어인 ‘피지컬 AI 엔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DX부문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로봇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반 기술부터 피지컬 AI 엔진까지 치열하게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삼성은 글로벌 전역에 방대한 제조·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자동화가 진행 중이다. 우선 제조 현장의 자동화를 완벽하게 구현할 로봇 개발을 최우선으로 하고, 여기서 축적된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B2B(기업 간 거래)와 B2C(기업-소비자 거래) 시장으로 진출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해당 사업을 위한 전용 제조라인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며, 기술 완성도가 일정 궤도에 오르는 시점에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 LG전자, ‘공감지능’ 입은 홈 로봇…가사 노동 해방 예고

LG전자는 ‘행동하는 AI’를 기치로 내걸며 가사 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꿀 홈 로봇을 전면에 내세웠다. 류재철 H&A사업본부장(사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자사의 야심작인 홈 로봇 ‘LG 클로이드’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LG 클로이드’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자체 전시존에서 진행된 시연에서 로봇은 세탁 바구니에 담긴 빨랫감을 능숙하게 꺼내 세탁기에 넣는 등 복잡한 가사 노동을 완벽하게 수행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는 LG전자가 추구하는 ‘가사 해방’의 비전을 시각적으로 증명한 순간이었다.

류 사장은 “LG전자는 탁월한 제품력과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 그리고 연결된 생태계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AI(AI in Action)’ 시대를 이끌 준비를 마쳤다”며 “우리의 AI 비전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고객의 삶과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연 도중 ‘LG 클로이드’가 류 사장에게 “오늘 공유한 비전은 혁신이 고객의 삶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입니다. 공감지능은 모든 사람이 더 의미 있는 삶을 누리도록 도울 것”이라고 대답하며 높은 수준의 언어 이해력과 공감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 현대차그룹, 인간 닮은 ‘아틀라스’…산업 현장의 게임 체인저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디어데이에서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모빌리티를 넘어선 로보틱스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는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간 중심의 피지컬 AI 기술의 결정체다.

아틀라스는 기존 유압식 모델 대비 월등히 향상된 성능을 자랑한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관절과 사방을 동시에 감지하는 정밀 센서, 촉각 기능이 탑재된 2.3m까지 늘어나는 팔은 인간의 작업 능력을 뛰어넘는 범용성을 보여준다. 특히 24시간 내 새로운 작업을 학습하는 능력과 배터리 부족 시 스스로 교체하는 스마트 기능은 무인 자동화 공장의 완성을 앞당길 핵심 기술로 평가받았다. 현장 시연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실험실을 벗어나 당장 산업 현장에 투입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라며 호평을 쏟아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틀라스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실제 생산 시설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돕고 사람과 협업하는 인간 중심의 AI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엔비디아, “AI의 다음 단계는 로봇”…물리적 AI 생태계 장악

AI 반도체의 제왕 엔비디아는 AI, 로봇, 자율주행차를 잇는 거대한 ‘물리적 AI 왕국’의 완성을 선언했다. 젠슨 황 CEO는 기조연설에서 “생성형 AI의 다음 진화 단계는 로봇공학”이라고 정의하며,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음을 강조했다.

젠슨 황은 소형 슈퍼컴퓨터 ‘젯슨(Jetson)’을 탑재한 로봇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영화 ‘스타워즈’의 드로이드들을 호명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로봇이 텍스트와 영상 속에 갇힌 AI를 물리적 실체로 끌어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