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늘 반전이다. 심약해 보이는 외형과 말끝을 흐리는 화법 뒤엔 단단한 내면이 있다. 자신 없다며 두려움을 표하는데, 막상 그의 음식을 먹어 본 심사위원들은 놀라움을 넘어 그를 째려보기까지 한다. 차분한 표정으로 던지는 농담엔 웃음과 감동이 서려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이하 ‘흑백요리사2’) 우승자 최강록의 반전은 결국 ‘낭만’으로 귀결된다.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다른 출연자들은 안성재 혹은 백종원 심사위원 중 한 명에게만 합격을 받아도 생존하는데, 재도전이었던 최강록은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켜야 했다. 입맛의 차이가 극명한 두 사람을 동시에 맞춘다는 건 시청자가 봐도 어려운 미션이었다.

최강록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무대가 꽤 높았다. 그 위로 올라가는데 그때 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두 명에게 합격을 받아야만 올라갈 수 있다는 걸”이라며 “굉장히 공포스러웠다. 참가를 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이야기를 드릴 수 없었다. 밑에서 조리대가 올라오는 연출 시설을 해놓은 걸 보니, 돈을 많이 들인 것 같아 무르면 안 될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시즌1 때도 참가했으나 팀전 패배 후 탈락했다.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에 화제는 됐지만, 요리사로서의 아쉬움은 컸다. 그런 그를 다시 ‘흑백요리사’ 주방으로 부른 건 제작진의 한마디였다.

“‘이번엔 불쏘시개 말고 완전 연소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참가했어요. ‘마스터 셰프 코리아2’에서 우승하고 십 몇 년이 지난 후라 스스로 고인물이 된 느낌이 있었거든요. 완전 연소돼서 하얗게 불타 없어지는 좋은 결말을 생각하다 참여하게 됐어요.”

‘욕망의 조림 인간’ ‘연쇄 조림마’ ‘조림핑’은 최강록이 얻은 별명들이다. 결승전을 제외하고 모든 요리에 조림을 택했다. 사실상 모든 재료를 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미파이널 ‘요리 천국’ 미션에서 선보인 각종 해산물 조림 요리가 그 증거다.

대중들도 ‘요리 괴물’(이하성 셰프)과의 마지막 결승에서도 최강록이 조림을 택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예상을 깨고 국물 요리를 내놨다. 꼭 소진돼야 할 재료를 우동 국물에 넣은 ‘직원식’이었다. 억지스러운 스토리텔링 대신 “잘 조리는 척했다”는 순수한 고백에 이어, 자영업자의 애환을 그대로 녹여낸 요리는 맛 이상의 감동으로 작동했다.

“미션에 따라 음식의 얼굴이 달라지는데요. 결승 주제였던 ‘나를 위한 요리’는 엄청난 자유도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자기 고백을 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어요. 결승전 직원식은 그 미션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요리예요. 대체로 남는 재료로 직원식을 만들죠. 내일 쓰지 못하는 것들, 여러 의미에서 버릴 수는 없고 먹어야 하는 경우예요. 빨간 뚜껑 소주를 쓴 건 중년인 저의 기호입니다. 하루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노동주예요. 글라스 한 잔이 딱 적당해요. 그래야 잠을 잘 수 있거든요.”

“물 들어올 때 노를 버린 사람”이란 평가가 나온다. ‘흑백요리사’ 시즌1 이후 요식업계가 활황일 때 최강록은 오히려 운영하던 음식점을 접었다. 떼돈을 벌 수 있는 기회에 광고도, 출판도 모두 고사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때보다 더 큰 쓰나미가 예정돼 있다. 정작 그는 갈 곳이 없다.

“다들 파인다이닝을 얘기해요. 저는 스스로에게 ‘그러면 네 마음은 파인하냐’고 물어봐요. 저는 나중에 국숫집을 하고 싶어요. 국수를 좋아하니까요. 상금 3억 원은 거기에 보태려고요. 제가 요리를 잘해서 우승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느 분이든 다 우승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봐요. 저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죠.”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