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문화 교류의 장이 된 예술의전당…위·아래층 이웃

‘팬레터’ 10주년 기념 공연·‘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팀

각 공연장에 실시간 자막…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감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올해 한일수교 61주년이다. 수교 초기 정치적 갈등과 반일 감정이 강했다. 하지만 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의 협력이 확대되면서 미래를 위한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 2025년 60주년을 기념해 서울과 도쿄에서 대규모 문화축제·전시·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양국의 이해·소통 관계의 중심에는 항상 문화·예술이 있다.

K-팝·드라마와 일본 대중음악 등 한일 문화 콘텐츠가 활발히 소비되며, 문화적 다양성이 확산됐다. 나아가 뮤지컬 장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 상호 이해와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진한 감동을 남기고 있다.

현재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은 한일 문화 교류의 장이 열렸다.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무대화한 오리지널팀의 공연이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한 층 위 CJ토월극장에서는 한국 창작 뮤지컬 ‘팬레터’가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진행 중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001년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작을 바탕으로, 우연히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 ‘치히로’의 환상적인 모험을 그린다. ‘팬레터’는 ‘팬레터’는 일제강점기, 김유정과 이상 등 당대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의 일화에 상상력을 더해 창작된 팩션 뮤지컬이다.

두 작품 모두 공연 일정·장소를 의도해 ‘겹치기’를 결정한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위·아래층에 자리 잡았고, 극장끼리 로비를 공유하는 층도 있다.

한국에서 처음 만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원작 판타지를 라이브로 경험하고 싶어 하는 관객들로 붐빈다.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매혹적으로 그린 ‘팬레터’ 역시 10년의 역사적 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뮤지컬이 낳은 공감…문화·예술이 아우른 뜨거운 눈물

두 작품의 공연장에는 스크린을 통해 양국의 언어로 실시간 자막을 볼 수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한국어, ‘팬레터’는 일본어를 띄운다. 각각 한국, 일본 관객들이 주 관람객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을 소환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아날로그 감성의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히사이시 조의 OST, 원조 ‘유바바/제니바’ 목소리의 나츠키 마리의 출연으로 향수를 불러온다. ‘팬레터’는 2024년 일본 초연 당시 현지 제작진·배우들이 아픈 역사를 예술로 승화한 스토리에 북받쳐 오른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이 느낀 공감은 현재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통해 재현되고 있다.

공연 초반 무대를 보랴, 자막을 보랴, 초점 맞추기가 힘들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른 언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로지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 가 진한 감동으로 물들어 전율에 휩싸인다. 말하지 않아도 용서와 화해가 심장을 울리는 순간이다.

역사의 앙금을 완전히 지울 수 없지만, 문화는 무력보다 강하다고 말한다. 심장으로 느끼는 문화적 연대는 억지로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로써 인간적 소통의 힘이 가진 강인함을 증명한다.

양국이 문화를 통해 동화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오는 3월22일까지, ‘팬레터’는 2월22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