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기자 분들을 어떻게 대접해 드려야 하나 생각하다가 노래를 불러드리는 게 좋겠다 싶어서 기타를 준비해왔어요.”

일흔두 살의 김창완은 기타 한 대를 메고 취재진 앞에 앉았다. 특유의 무심한 듯 따뜻한 목소리로 시작한 첫 곡은 ‘청춘’이었다. 1981년 밴드 산울림이 발표한 불세출의 명곡은 45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전혀 다른 무게로 울려퍼졌다. 스물일곱의 김창완이 “언젠가 가겠지”라고 어렴풋이 짐작하며 적어 내려갔던 가사는 세월을 머금은 거장의 목소리를 타고 완숙해진 느낌이었다.

27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김창완밴드의 새 싱글 ‘세븐티(Seventy)’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는 김창완의 철학을 향유하는 자리였다. 그는 “노래 제목을 두고 ‘칠십’이나 ‘일흔 살’로 할까 고민하다가 너무 노인네 얘기처럼 들릴까봐 ‘세븐티’로 정했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소년처럼 웃어 보였다.

‘세븐티’는 김창완이 지난 삶을 돌아보는 회고록인 동시에 ‘시간’에 대한 그의 철학을 담은 곡이다. 담담하면서도 성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도입부를 지나 김창완밴드 특유의 기타 사운드가 몰아치자, 산울림 시절부터 세상을 뒤흔들었던 그의 천재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김창완이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시간의 공평함이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선형적인 시간관, 즉 모래시계에서 모래알이 떨어지듯 줄어드는 시간의 개념을 다른 각도로 바라봤다.

“젊은 청춘의 시간과 임종을 맞을 때의 시간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시간을 개인의 감상으로 보니까 흘러가는 게 안타까워지는 것이죠. ‘세븐티’도 노인의 회한으로 받아들여질까봐 걱정했어요. 70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실 것 없습니다. 그저 지금 우리가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강조하고 싶었어요.”

김창완은 현대인들이 겪는 위로에 대한 갈증 역시 강박적인 시간관에서 비롯된다는 견해였다. 미움이나 고통의 감정을 시간 단위로 차곡차곡 쌓아두기 때문에 병적인 증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창완은 “용서도 조금씩 녹여서 하는 게 아니라, 단칼에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퇴적된 감정의 지층을 단호하게 끊어내고, 현재의 기쁨에 집중하라는 조언이다.

“저는 기자 분들이 이곳에 와주셔서 너무 기뻐요. 그야말로 한순간의 기쁨이죠. 두고 두고 기쁜 것도 아니고요. 어쩌면 어제부터 기뻤을지도 모릅니다.”

‘세븐티’의 가사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시다. ‘꿈속을 걷다 칠십 년이 흘렀네 / 늘 다니던 길에 칠십 년이 있었네’라는 고백적인 구절은 사이키델릭한 기타 사운드와 맞물려 서글프고 사무치는 감정을 자아낸다. 다만, 김창완은 인생의 허무와 덧없음을 노래하면서도, 그것이 결코 절망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창완에게 모든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산울림 50년도 의미가 있겠지만, 49년도 의미 있고 51년도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의 경중을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