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얼굴 천재’가 아니라 ‘두 얼굴의 천재’였던가. 배우 차은우가 200억 원대 추징금 사태에 고개를 숙였다. 군 복무 중 올린 구구절절한 사과문은 언뜻 보면 진심 어린 반성처럼 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중을 향한 섬뜩한 기만이 숨어 있다.
차은우는 지난 26일 사과문을 통해 “납세의 의무를 대하는 제 자세가 부족했다”며 “깊이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긴 사과문을 남겼다.
그러나 앞서 차은우의 대리인은 국세청을 상대로 ‘과세전 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이는 “국세청이 매긴 세금이 부당하니 다시 따져보자”는 불복 절차다. 이를 위해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을 선임해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앞에서는 “송구하다”며 죄송하다 해놓고, 뒤에서는 수억 원의 수임료를 써가며 “내 돈은 못 뺏긴다”고 싸울 태세를 보인 것이다. 완벽한 ‘언행불일치’다. 대중이 느끼는 불쾌감의 실체는 탈세 액수보다 겉과 속이 다른 이율배반적 행위에 있다.
200억 원은 단순 실수로 누락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국세청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고의적 탈세 혐의를 포착해 철퇴를 내린 액수다. 탈세혐의가 명백한 사건만 맡는 ‘저승사자’ 조사4국이 칼을 빼들었다. 중소기업 하나가 휘청거릴 이 천문학적인 금액 앞에서 비겁하게 가족 뒤에 숨었다. 모친이 설립한 법인이라는 방패막이를 세우고, 본인은 군대라는 벙커로 도피했다.
진정으로 반성했다면 순서는 간단했다. 추징금을 납부하고, 석고대죄하는 것. 하지만 차은우는 반성 대신 방어를 택했다. 사과문은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마취제에 불과하다. 현 상황을 넓게 짚어볼 때 차은우는 자신의 재산을 사수하겠다는 탐욕만 엿보인다.
“군인 신분이라 찾아뵙지 못해 송구하다”는 변명 또한 구차하다. 세무조사가 한창일 때 입대를 선택한 것도 차은우 본인이다. 사회가 가장 시끄러울 때 침묵하다가, 이제 와서 군복 뒤에 숨어 “나라를 지키느라 바쁘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건 국방의 의무마저 자신의 ‘도피처’로 이용하는 꼴이다.
차은우가 11년간 쌓아올린 ‘바른 청년’ ‘엄친아’의 이미지는 200억이라는 숫자 앞에서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그를 진짜 나락으로 미는 건 탈세 자체가 아니다. 대중을 우습게 보고 감성팔이 사과문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면서 뒤로는 계산기를 두드린 ‘오만한 이중성’이다.
로펌을 선임해 세금을 깎으려는 노력의 반만큼이라도 진짜 반성을 했다면 어땠을까. 이제 ‘얼굴 천재’의 가면은 벗겨졌다. 200억 원을 지키기 위해 대국민 연극을 펼치는 한 ‘세금 체납자’의 민낯만 남았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