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위수정 기자] 올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개막 전부터 ‘회차 편중’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인공 안나 역에 옥주현, 김소향, 이지혜라는 배우들을 트리플 캐스팅하고도, 특정 배우가 전체 회차의 60%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배분이 공정성 논란을 넘어 무대 질 저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제작사가 발표한 5주간의 스케줄에 따르면, 옥주현은 23회나 무대에 오른다. 함께 이름을 올린 이지혜(8회)와 김소향(7회)의 출연 횟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특히 김소향의 경우 7회 공연 중 5회가 낮 공연에 배정되어 사실상 ‘옥주현 원캐스트’에 두 배우가 보조하는 형국이다. 이에 김소향은 SNS를 통해 “할많하말(할 말은 많지만 하지 말자)”이라는 의미심장한 심경을 남기며 동료 배우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했다.

제작사인 마스트인터내셔널은 “캐스팅은 제작사와 창작진의 고유 권한”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뮤지컬계의 상도와 관객의 신뢰를 도외시한 태도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조승우, 홍광호 등 압도적인 티켓 파워를 지닌 배우들도 멀티 캐스팅 시 동료 배우와 회차를 균형 있게 배분하며 컨디션을 조절한다. 일주일에 7회, 하루 2회 공연까지 소화해야 하는 옥주현의 무리한 스케줄은 자칫 성대 결절이나 컨디션 난조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 리스크는 19만 원이라는 고액 티켓가를 지불한 관객이 온전히 짊어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옥주현에게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아무리 뛰어난 가창력을 지녔다 해도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기복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 불가’라는 타이틀이 ‘회차 독식’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7년 만에 돌아온 명작이 배우의 열정과 제작사의 권한 뒤에 숨어 관객의 기본적 권리인 안정적인 무대를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wsj0114@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