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전 세계를 ‘살 빼는 주사’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비만치료제 시장의 판도가 뒤집혔다. 전통의 강자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독주하던 시대가 저물고, 미국 제약 공룡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Mounjaro)’가 마침내 ‘왕관’을 차지하며 시장의 새로운 지배자로 나섰다.

2026년 2월, 제약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2025년 결산 결과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는 경쟁 제품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몇년전까지 ‘당뇨약’으로 주목받던 마운자로가 이제는 전 인류의 고민인 ‘비만’을 해결하는 절대 병기로 변모해 글로벌 시장을 집어삼킨 것이다.

이번 순위 역전의 핵심은 압도적인 ‘효과’였다. 마운자로는 단순한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위고비와 달리,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자극 폴리펩타이드)까지 동시에 타격하는 ‘이중 작용’ 기전을 앞세웠다. 임상 단계에서부터 “체중의 20% 이상을 감량한다”는 파격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일찌감치 예고된 반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마운자로는 기존 치료제보다 체중 감량 폭이 크고, 혈당 조절 능력까지 탁월해 의료진과 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무섭게 퍼졌다”며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폭발적인 수요가 매출 1위라는 대기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마운자로의 질주는 기업의 체급마저 바꿔놓았다.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와 비만 전용 브랜드인 ‘젭바운드’의 동반 흥행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전문의약품 매출 1위 기업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2024년까지만 해도 10위권 밖에 머물렀던 릴리는 비만약 하나로 로슈, 화이자 같은 전통의 명가들을 제치고 시가총액과 매출 모든 면에서 최정상급 ‘빅파마’로 진화했다.

주목할 점은 ‘확장성’이다. 마운자로는 단순히 살만 빼는 것을 넘어 수면무호흡증, 심혈관 질환, 심지어 알츠하이머 예방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적응증을 무한히 넓히고 있다. 이는 단순한 ‘미용 약’을 넘어 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삶의 질(QOL)’ 개선제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왕좌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위를 내준 노보 노디스크는 ‘먹는 위고비’와 더 강력한 차세대 치료제인 ‘카그리세마’를 준비하며 반격의 칼날을 갈고 있다. 여기에 ‘반값’을 내세운 중국산 복제약과 국내 기업인 한미약품 등의 추격도 거세다.

그럼에도 현재 시장의 분위기는 “당분간 마운자로의 독주를 막을 자는 없다”는 쪽으로 기운다. 2026년 상반기 내로 국내 시장에도 마운자로가 본격적으로 상륙하면, 한국의 비만 치료 지형도 역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을 태우는 ‘지방 청소기’ 마운자로. 과연 이 강력한 주사 한 방이 인류의 비만 정복을 앞당길 수 있을지, 일라이 릴리의 전성시대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gregory@sportsseoul.com

https://media.naver.com/journalist/468/82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