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S 점령한 AI·로봇, 데이터센터 필수…골드만삭스 “전력 수요 160% 폭증”

- 트라피구라 “AI가 구리 100만 톤 집어삼킬 것” 공급 부족에 가격 1만 3000달러 돌파

- S&P “2035년 공급 절벽 온다”…장기적 ‘서플라이 쇼크’ 경고등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미래 산업 지형도를 바꿀 6대 핵심 산업의 중심에는 단연 인공지능(AI)이 있다. 일상 깊숙이 침투한 AI 시대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 중 가장 주목받는 자원은 바로 ‘구리’다. 최근 금값이 치솟고 있다지만, 산업적 관점에서 길게 보면 금이나 은보다 더 확실한 투자 가치를 지닌 종목으로 구리 사업이 꼽힌다. 월가(Wall Street)에서는 이미 구리를 두고 “새로운 석유(The New Oil)”라 부르며 원자재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CES(소비자가전전시회)의 주인공 역시 AI와 로봇이었다. 고도화된 AI 기능을 탑재한 로봇들이 일상과 산업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기술의 진보를 증명했다. 이처럼 AI와 로봇 기술이 발전할수록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과제가 데이터센터(DC)다.

AI 구동을 위한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리포트를 통해 “AI 발전으로 인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160% 이상 폭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장에서 인간과 로봇을 잇는 통신과 전력망의 혈관, 즉 구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이유다. 운전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값비싼 금, 은을 대신할 전도체는 구리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원자재 중개 기업 트라피구라(Trafigura) 역시 “AI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만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가 100만 톤가량 추가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놨다. 관련 업계에서 구리를 “대체 불가능한 소재”라고 단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구리는 은(Silver)과 맞먹는 전도성을 지닌 데다, 90% 이상 재활용이 가능해 ESG 경영의 핵심 광물로 꼽힌다. 통신 케이블부터 반도체 배선까지, 구리는 대량 생산과 효율성을 모두 잡은 유일한 대안이다.

시장은 이미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기준 국제 구리 가격은 사상 처음 톤당 1만 3000달러를 돌파했다. 전장 대비 4.2%나 급등한 수치다. 미국의 구리 수입량 또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로 증가했다. 이는 가격 프리미엄과 거래 활성화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기업 실적도 이를 증명한다. 글로벌 최대 구리 생산기업인 프리포트 맥모란(Freeport-McMoRan)은 2025년 4분기 매출 56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광산 재가동과 미국 관세 혜택에 힘입어 실적은 날개를 달았다. “돈을 벌려면 금이 아니라 구리 관련 기업에 투자하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급이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땅속에서 캐내는 속도는 거북이걸음이다. S&P 글로벌(S&P Global)은 “2035년이 되면 구리 수요가 공급을 약 20% 초과하는 심각한 공급 부족(Shortage)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산 개발에는 최소 10년이 걸리고 환경 규제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으로 물량이 쏠리면서 국가 간 재고 확보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장기적인 ‘서플라이 쇼크’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산업의 생존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