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막내의 0.06초 뒤집기
19세 임종언, 첫 올림픽 동메달 쾌거
힘든 시기 딛고, 올림픽 포디움에 서다
“1500m도 후회 없이 달리겠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동메달인가, 4위인가 헷갈렸어요.”
결과가 전광판에 뜨기 전까지, 그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리고 숫자 ‘3’이 찍히는 순간, 19세 막내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막내 임종언(19·고양시청) 얘기다. ‘울컥’한 사연은 무엇일까.
임종언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4초611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김상겸(하이원·은메달),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유승은(성복고·동메달),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최가온(세화여고·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네 번째 메달이다.

그러나 이 메달은 단순한 ‘3위’가 아니다.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임종언은 경기 초반 4위로 달리다 4바퀴를 남기고 5위까지 밀렸다. 선두 그룹의 속도는 폭발했고, 안쪽은 닫혔다. 아웃 코스로 두 차례 추월을 시도했지만 벽에 막혔다.
반 바퀴를 남긴 시점, 그는 여전히 5위였다. 선택은 다시 아웃코스였다. 체력 소모가 큰 외곽 라인을 과감히 탔다. 코너를 돌아 직선 주로에 들어서자 폭발적인 스퍼트. 결승선을 앞두고 그는 몸을 던지듯 스케이트 날을 내밀었다.

그 ‘날’이, 운명을 갈랐다. 사진 판독 끝에 기록은 1분24초611.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캐나다의 윌리엄 단지누(1분24초671)를 불과 0.06초 차로 제쳤다. 최하위권에서 포디움까지, 집념이 만들어낸 0.06초였다.
시상식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임종언은 “그냥 끝까지 ‘나 자신을 믿고 해보자’고 생각하며 내가 제일 잘 수 있는 경기를 펼치고자 했다”며 “준준결승부터 결승까지 후회 없이 잘해서 동메달이란 결과를 얻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 직후 그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웃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눈물이 왈칵 났다.

임종언은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부상도 있었고,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다”면서 “그때마다 저를 믿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너무 감동스럽고, 끝까지 해준 내 자신에게도 고마워서 눈물이 먼저 났다”고 설명했다.
메달을 목에 거니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조금 무겁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 무게는 단순히 메달의 무게가 아니다. 처음 경험한 올림픽, 첫 개인전 메달, 그리고 자신을 증명해낸 순간의 무게로 읽혔다.

임종언은 이번 대회를 “인생의 발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쉽기도 하지만, 내 인생에 또 하나의 발판이 돼서 더 성장하고,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쇼트트랙이 더 흥미로워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직 1500m와 500m, 5000m 계주가 남았다. 그는 “이제 긴장도 풀렸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감도 얻었다. 다음 경기인 1500m에서 후회 없이 지금처럼 자신감을 갖고 나 자신을 믿으려 한다”며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