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간판 김민선, 500m 결선 38초01 통과
세 번째 올림픽, 전체 14위로 마감
공동취재구역서 만난 김민선 끝낸 눈물
“다음 올림픽, 더 좋은 선수로 준비하겠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차가운 빙판 위, 27살 김민선(의정부시청) 세 번째 올림픽은 또 한 번 메달과 엇갈렸다. 경기가 끝난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흘린 눈물은, 기록 이상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
김민선은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500m 결선에서 38초01을 기록하며 14위에 머물렀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무대였지만, 이번에도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날 10조에서 출발한 그는 스타트 100m를 10초61에 통과하며 초반부터 밀렸고, 이후 좀처럼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던 출발 구간이 결국 올림픽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후 만난 김민선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시원하기보다는 섭섭한 마음이 99%에 가깝다”며 긴 숨을 내쉬었다. 결과에 대한 냉정한 자각과 스스로를 향한 아쉬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그는 이번 시즌을 돌아보며 “힘들고 답답한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올림픽은 100% 자신감으로 준비해도 어려운 무대라고 생각해왔지만, 현실적인 고민과 부담이 오히려 자신을 더 조여 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변명하지 않았다. 최민선은 “그 부분까지도 선수로서 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가장 아쉬웠던 장면을 묻자, 그는 “안 아쉬운 부분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특히 100m 스타트는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힌 숙제였다. 100m 기록을 줄여야 500m 전체 흐름이 살아나는데, 시작이 흔들리면서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이후의 4년은 김민선에게 전성기였다. 세계 무대에서 정상급 기록을 쏟아내며 한국 여자 단거리의 간판으로 우뚝 섰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은 더욱 간절했다. 김민선은 “좋은 성적을 많이 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잘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을 치르며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이어질 때마다 ‘여름에 무엇을 놓쳤을까’를 스스로에게 되물었다”며 “과욕이 부른 참사라고까지 말하고 싶진 않지만, 조금 그런 느낌도 있었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이것도 경험이다. 은퇴할 것도 아닌데 울고 싶지 않았다”는 말 끝에결국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훔치며 “원래 눈물이 많다”고 웃어 보였지만, 그 웃음 뒤에는 지난 4년의 무게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다만, 최민선은 올림픽이 끝난 직후 4년 뒤를 이야기하는 것이 이르다고 하면서도, 이미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는 “베이징 이후 4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그 시간은 선수 인생에서 선물 같고 꿈 같은 시간이었다”며 “남은 4년도 감사함을 잊지 않고 더 좋은 선수로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정말 100% 자신감 있는 상태로 올림픽에 서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밀라노의 밤, 김민선은 울었다. 38초01이라는 기록은 남았지만, 그보다 더 또렷이 남은 것은 스스로를 향한 냉정한 평가와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눈물은 패배의 종착점이 아니다. 또 다른 4년을 향한 출발선 위에서의 숨 고르기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