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그야말로 K팝 걸그룹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걸그룹 에이핑크(Apink)가 데뷔 15주년을 집대성한 단독 콘서트를 통해 ‘리빙 레전드(living legend)’의 위상을 완벽히 증명해냈다. 이들은 21, 22일 양일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개최한 ‘디 오리진 : 에이핑크(The Origin : APINK)’ 콘서트를 전석 매진시키며 공연장 안팎을 핑크빛 함성으로 가득 채웠다. 특히 이번 공연은 실력과 팀워크가 뒷받침된다면, 걸그룹도 10년 이상 장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무대였다.

2011년 데뷔한 에이핑크(박초롱 윤보미 정은지 김남주 오하영)는 ‘청순 K팝’을 대표하는 팀이다. 지금의 글로벌 K팝 열풍이 불기 전부터, 이들은 자신들만의 확고한 영역을 K팝 신에 구축해왔다. 오프닝 곡으로 데뷔곡 ‘몰라요’를 선택한 것도 15년의 성장을 팬들 앞에서 증명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히트곡은 넘쳐났다. 제목만 들어도 멜로디가 떠오르는 ‘노노노(NoNoNo)’ ‘미스터 츄(Mr. Chu)’ 등의 명곡 퍼레이드는 맑고 벅차오르는 리듬, 후렴구의 폭발적인 애드리브 등 정통 K팝 구조를 고스란히 재현하며, 2010년대 가요계를 사로잡았던 아련한 추억을 소환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멤버들의 진화가 돋보였다. 막내 오하영이 96년 7월생으로 전 멤버가 30대를 앞둔 만큼, 에이핑크는 한층 노련해진 무대 매너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에이핑크가 보이그룹이었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준비된 ‘주문(Mirotic)’ 커버 무대는 그간 볼 수 없었던 강인한 카리스마가 펼쳐졌으며, 강렬한 사운드의 ‘피지 소다(Fizzy Soda)’는 이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여전히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멤버들이 “전설의 그 곡”이라고 소개한 ‘허쉬(HUSH)’였다. 에이핑크의 성숙한 반전을 상징하는 ‘허쉬’가 시작되자 장충체육관 천장이 들썩거릴 정도의 압도적인 떼창이 터져 나오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최근 발매된 미니 11집 타이틀곡 ‘러브 미 모어(Love Me More)’도 눈부셨다. 발매 직후 19개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진입과 엠넷 ‘엠카운트다운’ 1위를 차지한 이번 신곡은 현장에서도 기존 히트곡 못지않은 열띤 호응을 이끌어내며 에이핑크의 여전한 저력을 입증했다.
공연 후반부, 멤버들은 팬덤 ‘판다’를 향해 참아왔던 진심을 쏟아냈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윤보미는 “15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게 해준 팬분들께 감사하다. 데뷔 초 곡들을 하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며 “앞으로도 저희를 믿어주시면 열심히 하겠다. 우리 더 오래 가자”고 소회를 전했다.

김남주는 “누군가 우리 손을 놓아도 에이핑크는 에이핑크의 손을 놓지 않겠다. 영원은 없다 해도 우리의 영원을 믿어달라”고 전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고, 정은지 역시 “어딘가에서 ‘나 에이핑크 좋아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성공적으로 서울 공연을 마친 에이핑크는 이제 타이베이, 마카오, 싱가포르, 가오슝 등 아시아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투어 일정에 돌입한다. 실력과 팀워크로 15년을 지켜온 에이핑크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K팝 후배들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roku@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