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흔히 배우에게 자신의 나이에 맞는 배역을 만나는 일은 큰 행운이라고 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작품 속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현우석은 꽤 행운아에 가깝다. 모델로 활동을 시작한 현우석은 2019년 넷플릭스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에 발을 들였다. 이후 줄곧 10대와 20대의 경계에 선 인물들을 연기해왔다. 실제로 청춘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배우인 만큼 현우석의 얼굴에는 지금 세대 청춘의 결이 묻어난다.
현우석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에서도 교복을 입었다. 작품은 소원을 이뤄주는 애플리케이션 ‘기리고’의 저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받은 고등학생들이 그 운명을 피하기 위해 버텨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현우석이 연기한 강하준은 모범생이자 ‘기리고’의 저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처음부터 강하준 역으로 오디션에 참여했다는 현우석은 “대본을 2부까지 받았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하준이라는 인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인생 캐릭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건우(백선호 분) 캐릭터도 매력적이었지만 저는 하준이를 꼭 연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진심이 전해졌던 걸까. 오디션에 합격한 후 촬영 현장에서 다시 만난 박윤서 감독은 현우석에게 “그때 왜 자기 어필은 안 하고 작품 응원만 하고 갔냐”고 물었다고. 이에 현우석은 “그만큼 작품 자체가 좋았다”며 웃음을 보였다.
현우석이 강하준에게 끌린 이유는 분명했다. 현우석은 “햇살(전소니 분), 방울(노재원 분)과의 관계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며 “처음에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인물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이 좋았다. 세아(전소영 분)를 향한 마음도 조금씩 눈빛에 묻어나는데 그런 변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에서 서린고 5인방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면 햇살과 방울은 이들을 구해주는 존재다.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인물이 바로 하준이다. 현우석 역시 자연스럽게 극 중 가족으로 등장하는 햇살 역의 전소니, 방울 역의 노재원과 가까워졌다. 현우석은 촬영 전부터 두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관계를 쌓아갔다.
특히 현우석은 노재원에 대해 “귀인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현우석은 “촬영하면서 힘들어할 때면 형이 1시간씩 통화를 해줬다”며 “늘 ‘너는 잘하고 있다’, ‘빛나고 있다’는 말을 해줬다. 저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다만 너무 몰입한 나머지 현우석은 극 중 방울이 수술실로 들어가는 장면을 촬영할 당시 주체할 수 없을만큼 눈물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그 시간들은 자연스럽게 현우석을 강하준이라는 인물 안으로 더 깊이 끌어당겼다. 그래서 작품이 끝난 뒤에도 쉽게 인물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현우석은 “정말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느낌이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품 안에 깊이 들어가 있었다”며 “물론 저는 늘 작품에 진심으로 임하려고 한다. 그런데 유독 그 시기에 ‘기리고’를 만난 게 크게 남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우석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배우이기도 하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외면하기보단 끝까지 들여다보려 한다.
“제 장점 중 하나는 자기객관화를 잘한다는 거예요. 제가 무엇이 부족한지 늘 인지하려고 해요. 그렇게 알고 있으면 언젠가는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거든요. 꾸준히 성장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이 배우려고 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게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더불어 인터뷰 내내 현우석이 자주 꺼낸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저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항상 ‘할 수 있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그냥 해. 하면 되겠지’예요. 물론 불안할 때도 많고, 스스로를 갉아먹을 때도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고요. 그런데도 결국 저는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요.”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