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에도 공 던지는 노경은

40대에 홀드왕 차지한 비결

2026 WBC에서도 ‘미친 호투’

다른 투수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기적을 쓰며 미국으로 향했다. 17년 만에 8강 진출. 일등공신을 꼽자면 ‘불혹의 홀드왕’ 노경은(42)을 말할 수 있다. KBO리그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시즌이 왜 중요한지 보여준다.

노경은은 2026 WBC C조 1라운드에서 세 경기 출전해 3.1이닝 3안타 1볼넷 2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9일 호주전이 ‘백미’다. 선발 손주영이 팔꿈치에 이상을 느껴, 1이닝만 던지고 내려왔다.

비상사태다. 급하게 노경은이 올라왔다. 대표팀 운명이 걸렸다. 결과는 2이닝 1안타 1삼진 무실점이다. 급한 불을 제대로 껐다. 덕분에 대표팀도 7-2로 승리하며 C조 조 2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운동량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더 중요한 쪽은 비시즌이다. 노경은은 시즌이 끝나도 공을 놓지 않는다. 2023시즌까지는 그래도 일주일 정도는 쉬었다. 2024시즌을 앞두고는 훈련법을 바꿨다. 비시즌 계속 공을 던졌다. 덕분에 차기 시즌 스프링캠프 때 시작부터 거의 100%로 공을 뿌린다.

문제는 없다. 성적이 말해준다. 2024년 38홀드, 평균자책점 2.90 찍었다. 2025시즌에는 35홀드, 평균자책점 2.14다. 2년 연속 홀드왕에 올랐다. 2023년 30홀드를 더하면 역대 최초 ‘3시즌 연속 30홀드’ 달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WBC 대표팀에도 뽑혔다. 42세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았다. ‘갸웃’하는 이들도 있다. 실력으로 보여줬다. 노경은이 없었다면 WBC 대표팀 미국행도 없었다.

현장 지도자들은 “과거와 비교하면 선수들이 비시즌 알차게 잘 보낸다. 무작정 쉬는 선수는 없다”면서도 “대신 공을 좀 늦게 잡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한다.

대표팀 최원호 퀄리티콘트롤(QC) 코치도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비시즌 길게 쉬면 안 된다. 겨울에 춥다 보니 공 던지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 고려해도 공을 만지지 않는 시간이 좀 길지 않나 싶다. 겨울에도 최소한 캐치볼이라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 떨어진 감각을 다시 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공을 계속 만지고, 던져야 하는 이유다.

일본프로야구(NPB) 선수들은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전력으로 던진다. 몸을 다 만들고, 감각까지 유지하면서 왔다는 얘기다. KBO리그 투수들은 천천히 올리는 편이다. 스프링캠프 평가전에서 일본 팀을 만나 패배가 많은 이유다. 실력이 문제가 아니다. ‘몸 상태 차이’가 결정적이다.

더 빠르게 몸을 만들고, 공도 계속 던지는 쪽에 익숙해져야 한다. 노경은이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