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나이가 들수록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배우 염혜란 역시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를 통해 자신의 ‘꼰대력’을 고백했다.

‘매드 댄스 오피스’는 완벽하게 살아오던 공무원 국희(염혜란 분)가 플라멩코 스텝을 밟으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공무원’과 ‘플라멩코’는 다소 뜬금없는 조합이지만 그래서 염혜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염혜란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처음엔 플라멩코가 등장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제가 그런 영화를 좋아하더라”며 “춤이 나오는 영화들은 보통 인물이 성장하거나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가 많다. 춤을 통해 느끼는 감각이 잘 담기면 재밌는 영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 참여 계기를 밝혔다.

작품에 대한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플라멩코로 이어졌다. 염혜란은 “감독님 얼굴에 춤이 없잖아요”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감독님이 오랫동안 플라멩코를 해오셨다고 해서 더 궁금해졌다. 이분이 말하는 플라멩코에는 작품과 연결된 이야기가 분명히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플라멩코에서 출발한 ‘매드 댄스 오피스’에서 염혜란을 붙든 것은 국희와 딸 해리(아린 분)의 관계였다. 극 중 국희는 싱글맘 공무원이다. 딸을 제대로 키워내기 위해 늘 아등바등 살아왔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자신을 몰아붙였다.

염혜란은 “그동안 좋은 엄마 역할을 많이 했는데 그렇게 보실 때마다 부담스러움이 있다. 저는 광례(‘폭싹 속았수다’ 속 염혜란의 배역) 같이 아름다운 엄마는 아니”라고 털어놨다. ‘폭싹 속았수다’ 속 헌신적인 엄마 광례보단 현실적인 국희 모녀 관계가 오히려 사실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극 중 국희를 향해 “왜 그렇게 온 세상 사람들을 평가하고 그러냐”는 해리의 대사를 떠올린 염혜란은 “안 그러려고 해도 자꾸 제 기준으로 사람들을 평가하게 되는 것 같다. 남편도 그렇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제 기준으로 보게 되니까 마음에 안 들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며 “그런데 그게 가장 심해지는 경우가 자녀인 것 같다. 나는 완성된 존재고 아이는 아직 미완성이라고 생각하게 되니까”라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기준이 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염혜란은 “저도 그렇게 완벽하게 살지 못했는데 지금 사회생활 잘하고 있다. 다만 부모 입장에서는 먼저 겪어봤으니까 고쳐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그게 아이 입장에서는 강요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더라”고 반성했다.

물론 나이가 들며 자신 안의 ‘꼰대력’을 발견하는 순간들도 있다. 염혜란은 “젊은 친구들이 힘들다고 하면 속으로는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말은 못 한다. 말하는 순간 바로 꼰대가 되니까”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염혜란은 세대마다 겪는 어려움의 형태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있다. 염혜란은 “사람이 한 번에 바뀌기는 어렵다. 그래도 ‘아차, 내가 또 내 기준으로 말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으면 그걸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선 국희가 플라멩코는 통해 처음으로 자신을 돌아본다. 염혜란 역시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각자 자신만의 ‘플라멩코’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말이 플라멩코지 꼭 춤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자기만의 즐거움이 있으면 삶이 조금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그런 걸 찾지 못했어요. 일과 관련된 것들만 배우고 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지금 계속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