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과도하게 연극적인 연기는 양날의 검이다. 일반적인 현실톤에서 벗어날수록 홀로 돋보일 수는 있지만, 자칫 작품 전체의 맥을 끊는 리스크를 안게 된다. 연극적이되 그 안에는 인간의 보편성이 살아있어야 한다. 연기 차력쇼로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 초반부를 뒤흔들고 있는 이양미 역의 차주영은 과도한 설정의 좋은 예다.
‘클라이맥스’는 권력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흑수저 방태섭 검사와 그를 둘러싼 생존기를 다룬다. 하나같이 자기 욕망에 휩싸여 높은 곳만 바라보는 인물들 사이에서 음모와 암투가 빗발치는 현실 전쟁을 그린다.

권력을 차지하고 싶은 검사, 다시 톱스타가 되고 싶은 한물간 배우,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재벌집 사모,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버티는 재벌 상무, 복수를 꿈꾸는 정보원 등이 얽힌다. 주요 인물 모두 현실에 존재할 법한 욕망과 이미지, 아우라를 뿜어낸다.
그런 가운데 차주영은 과감한 노림수를 뒀다. 매우 과잉된 톤과 오버스러운 행동, 지나치게 힘준 대사를 구사한다. 말투도 촌스럽다. 억센 서울 사투리에 말이 느리고 힘을 잔뜩 준 탓에 자칫 오글거릴 수 있지만, 이양미라는 캐릭터가 뿜어내는 권력의 무게감과 맞물리며 묘한 자연스러움이 탄생한다. 톱스타가 되고 싶어 바짓가랑이를 잡는 추상아(하지원 분)를 압박하는 대목은 ‘클라이맥스’의 몰입도를 단숨에 끌어올리는 시퀀스다.

“편집이 루~즈하기도 하고”라는 대사처럼 악센트를 과하게 주는 지점이 많다. 조만간 성대모사가 빗발칠 만한 캐릭터다. 전화를 받으며 스트레칭을 하는 신에서는 액션이 너무 커 실소가 터지기도 하지만, 정작 이양미 본인은 매우 진지하다. 과잉된 몸짓이 독특하긴 하나, 이양미가 품은 권력욕의 발산이라 해석하면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천박한 DNA를 장착했음에도 우아한 재벌집 사모로 비치고 싶은 이양미의 결핍은 차주영의 얼굴을 통해 온전히 드러난다. 왜 그토록 권력에 집착하는지, 강자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하면서 약자는 가혹하게 멸시하는지가 매 순간 켜켜이 쌓여 중요 장면에서 강력한 폭발력을 일으킨다. ‘더 글로리’의 최혜정과 ‘원경’의 원경왕후를 뛰어넘는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 탄생이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으로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차주영은 “연예인 해보면 어때?”라는 지인의 말을 끝내 놓지 못하고 26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길이 바로 배우였다.
가족의 극심한 반대에도 기나긴 무명 시절을 견디고 2023년 ‘더 글로리’로 비로소 대중의 주목을 받은 그는, 이후 다양한 작품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왔다. 이번 ‘클라이맥스’에서 보여준 과감한 용기와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 덕분에 차주영의 이름값은 한층 더 치솟을 전망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