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주축 이탈 악재 딛고 시범경기 1위 질주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응집력’
사령탑·단장 동시 경질→그해 우승 KIA 모습이 보인다
어수선한 분위기 다잡은 ‘충격 요법’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롯데에 2년 전 KIA의 모습이 보이네.
롯데엔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냉소적인 수식어가 따라붙어 다닌다.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에만 반짝하다가 가을 야구 문턱에서 주저앉는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6년의 롯데는 예년의 ‘들뜬 분위기’와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2년 전, 악재를 뚫고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2024년의 KIA의 모습이 보인다.
사실 롯데의 올시즌 출발은 그 어느 때보다 가시밭길이었다. 스프링캠프 기간 중 주축 선수 4명이 도박 이슈로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외부 보강조차 없었던 상황에서 터진 대형 악재에 상황이 정말 쉽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 선수단은 무너지는 대신 서로의 나사를 조이는 ‘결속력’을 선택했다.

이는 2024년 KIA의 우승 시나리오와 흡사하다. 당시 KIA는 개막 직전 단장과 감독이 금품 수수 의혹으로 동시 경질되는 사상 초유의 ‘공백’ 사태를 맞았다(현재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은 사법부로부터 무죄를 받은 상태). 팀의 머리가 한꺼번에 사라진 상황. 당연히 모든 사람이 KIA를 우승 후보에서 제외했다.
결과는 ‘V12’였다.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도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 선수단이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며 똘똘 뭉쳤다. 외부의 시선이 차가울수록 내부의 결속력은 단단해졌고, 시즌 전 겪은 ‘충격 요법’은 선수들이 매 경기 독기를 품게 만드는 강력한 예방주사가 됐다.

지금 롯데의 분위기가 딱 그렇다. 불미스러운 일로 홍역을 치른 뒤 긴장감이 감돈다. 베테랑 노진혁은 “이럴 때일수록 선참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우리가 무너지면 롯데 야구가 끝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롯데는 시범경기 내내 경기 후 단체 미팅과 강도 높은 특타를 병행하며 흐트러진 기강을 다잡았다. 여기에 김태형 감독의 가차 없는 쓴소리와 피드백이 더해졌다. 말 그대로 ‘딴생각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시즌 직전 터지는 대형 악재가 때로는 팀을 하나로 묶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 롯데 역시 도박 파문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통해 얻은 ‘위기의식’이 시범경기 1위라는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의 KIA가 절망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웠듯, 2026년의 롯데도 스스로 뿌린 소금밭에서 기적을 일궈낼 준비를 마쳤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평행이론’. 이것이 정규시즌에도 이어진다면, 올시즌 사직에는 ‘가을’이 있을 전망이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