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무기력한 준우승이었다.
이번시즌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1위팀 한국도로공사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하고 퇴장했다. 1~3차전 모두 패배한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제대로 힘도 쓰지 못했다. 2차전 한 경기에서만 5세트에 갔고, 1, 3차전에서는 세트스코어 1-3 패배했다. 세 경기에서 단 네 세트를 따내는 데 그쳤다.
도로공사는 훨씬 유리한 입장에서 싸웠다. GS칼텍스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도로공사는 휴식을 취했다. 경기 감각에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체력에서는 크게 앞서는 조건이었다. 일반적으로 정규리그 1위가 챔프전에서 유리한 것도 이러한 환경 때문이다. 실제로 앞선 6시즌 동안 정규리그 1위가 다섯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도로공사의 침몰은 우려했던 일이다.
도로공사는 챔프전을 앞두고 계약이 종료된 김종민 전 감독과 결별했다. 미리 준비하고 예고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도로공사는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김 감독을 참석시켰다. 당연히 챔프전까지는 김 감독이 팀을 이끌 것이라 모두가 생각했는데 돌연 김영래 감독대행 체제로 돌아섰다.
팀은 혼란에 빠졌다. 김 감독은 도로공사는 10년이나 이끈 사령탑이다. 이번시즌에도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놨다. 그런 감독이 졸지에 사라졌으니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멘붕’이 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김 대행의 부담이 컸을 게 분명하다. 실제로 그는 시리즈를 앞두고 “나는 6㎏이 빠졌다. 코치들도 먹지도,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GS칼텍스의 기세에 밀려 분위기는 침체할 수밖에 없었다. 경험이 부족한 김 대행의 기민한 대응도 이뤄지지 않았다. 팀이 흔들리는 시점에 적절한 작전 변화, 교체 카드 활용 등을 이용했어야 하는데 김 대행은 과감하게 변화를 주지 못했다. 그는 “내가 많이 부족했다”라며 자책했다. 결과적으로 도로공사의 헛발질에 김 대행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피해를 본 셈이다.
프로배구단은 궁극적으로 성적을 위해 존재한다. ‘성적이 최고의 팬 서비스’라는 말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 도로공사는 이를 간과하고 무리한 선택을 했다. 그 결말이 ‘망신스러운’ 준우승이다. we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