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무서운데도 계속 보게 되는 게 공포 영화 같아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날 선명한 악몽을 꿨다는 배우 이종원은 그렇게 영화 ‘살목지’에 발을 들였다.
이종원의 첫 호러 작품인 ‘살목지’는 로드뷰에 찍힌 정체불명의 형체를 쫓아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물속의 알 수 없는 존재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종원은 극 중 로드뷰 촬영 회사 PD이자, 물공포증을 지닌 수인(김혜윤 분)의 동료이자 전 연인 기태 역을 맡았다. 연락이 끊긴 수인을 찾아 직접 살목지로 향하는 인물이다.
이종원이 꼽은 ‘살목지’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몰아붙이는 공포’다. 그는 “전체적으로 강약 조절이라기보다 계속 강하게 밀어붙이는 느낌”이라며 “관객 입장에서는 쉴 틈 없이 ‘퍽퍽퍽’ 치고 들어오는, 일종의 어트랙션 같은 영화”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종원의 약점이 ‘공포’라는 점이다. 그는 “어릴 때 ‘무서운 게 딱 좋아’ 정도만 보던 수준이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대본을 읽는데 머릿속에 장면이 너무 선명하게 그려졌다”며 “그게 오롯이 시나리오의 힘이라고 느꼈고, 해보지 않았던 장르라는 점에서도 끌렸다”고 말했다.

특히 “대본을 본 첫날부터 악몽을 꿨다”는 이종원은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만큼 재밌는 대본이었던 것 같다. 악몽이라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극 중 기태는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제대로 된 스크린 데뷔작인 만큼 분량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터다. 이종원은 “찍은 만큼 그대로 나온 것 같다. 전혀 아쉽지 않다”며 “오히려 초반부터 계속 등장했다면 후반부의 절박함이나 감정이 희석됐을 것 같다. 지금 구조라서 더 임팩트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반 이후 투입되는 만큼 연기적인 고민이 컸다. 이종원은 “촬영 현장에 늦게 합류하다 보니 어떻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태는 수인만 바라보는 인물로 접근하라’고 조언해주셨다”며 “같은 상황에서 놀라더라도 기태는 먼저 수인을 살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에 바로 이해가 됐다. 그 이후로는 공포보다 ‘수인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공포 영화 촬영 현장에서 흔히 들려오는 괴담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정작 촬영 당시에는 그런 여유가 없었다. 이종원은 “촬영할 때는 공포를 느낄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 찍을지, 어떤 감정을 만들어야 할지에 집중하다 보니 무서움을 느낄 틈이 없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영화를 완성본으로 보니까 그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오히려 더 무섭더라”고 털어놨다.

특히 실제 저수지 촬영에 대해 이종원은 “직접 물에 들어가 촬영도 했는데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다리를 스치는 나무나 물속의 감각이 굉장히 생생했다”며 “습하고 어두운 환경, 기괴하게 자란 나무들까지 더해져 공간 자체가 주는 공포가 컸다”고 회상했다.
이종원은 그런 공포 장르의 매력에 대해 “싫은데도 계속 보게 되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이종원은 “이거 보면 무서워서 잠 못 잘 것 같은데도 궁금해서 보게 된다”며 “사람들 사이에서 ‘그거 봤냐, 진짜 무섭다’는 식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공포 장르만의 힘인 것 같다. 알면서도 끌리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이 공포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살목지’만의 차별점으로는 ‘체험형 공포’를 꼽았다. 그는 “이 영화는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이라며 “올라갔다 떨어졌다 하는 구조가 아니라 계속 몰아붙이는 타입이다. 사운드나 촬영 방식, 장비들도 기존 공포 영화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요소들이 많다. 감독님이 숨겨놓은 장치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