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이 미국 빌보드 차트를 그야말로 ‘폭격’하고 있다.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는 물론 앨범에 수록된 14개 트랙 중 13개를 ‘핫 100’에 진입시키는 이른바 ‘차트 줄 세우기’라는 전례 없는 대기록을 썼다.
K팝 역사에 획을 그은 이번 성공의 이면에는 앨범 제작 단계부터 치밀하게 계산된 방시혁 의장의 ‘두 가지 결정적 승부수’가 숨어 있다.

◇ 사라진 ‘초대형 송캠프’의 부활…K팝 방법론의 수출
첫 번째 비결은 미국 본토에서 개최된 대규모 ‘송캠프’다. 송캠프란 수많은 프로듀서를 한곳에 초청해 장기간 스튜디오에 머물며 음악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주류 음악계에서는 제작비의 한계와 개인 작업 환경의 발달로 사실상 자취를 감춘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적인 IP가 컴백을 앞두고 송캠프를 열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미국의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이 과정을 통해 무려 200~300곡에 달하는 방대한 후보곡이 수집됐고, 그중에서 가장 완벽한 트랙들만 옥석을 가려내 앨범에 수록했다.
하이브가 꾸준히 주장해 온 이른바 ‘K팝 방법론의 수출’이 미국 본토에 완벽히 뿌리내린 결과로 분석한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하이브의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의 성공 등이 맞물리며, K팝의 제작 시스템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결과물을 담보하는 보증수표가 된 셈이다.

◇ 슬리퍼부터 성덕대왕신종까지…‘가장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
두 번째 노림수는 ‘한국적인 것’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다. 팝의 문법을 좇는 대신, 가장 한국적인 정체성을 세계 무대에 세련되게 풀어냈다.
타이틀을 ‘아리랑’으로 정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수록곡 ‘얼라이언스(Aliens)’에는 ‘중모리’ ‘신발 벗기 문화’ ‘김구 선생님’이라는 가사가 여과 없이 등장한다.
미국 NBC 인기 토크쇼 ‘지미 팰런쇼’에 방탄소년단이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등장해 “한국에서는 집에 들어올 때 신발을 벗는다”며 한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기도 했다. 또 구겐하임 미술관과 경복궁 콘서트 등 상징적인 장소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구겐하임 공연에서는 관객들에게 의자 대신 ‘킵 스위밍(Keep swimming)’이 적힌 방석을 제공하며 한국의 좌식·온돌 문화를 간접 체험하게 했다.
여섯 번째 트랙 ‘No.29’에는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타종 소리를 입히는 파격적인 시도를 더했다. 이는 곧장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상품 브랜드 ‘뮷즈(MU:DS)’ 굿즈 열풍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방 의장은 앨범 제작 당시 “여러분이 외국 어느 나라 사람인데, 자기 나라 출신의 슈퍼스타가 자기 나라 민요를 불렀을 때 소름 돋는 감동을 느끼지 않겠는가”라며 멤버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견은 적중했다. 현재 전 세계 스타디움에서는 피부색과 국적이 다른 수만 명의 팬들이 한국어로 ‘아리랑’을 떼창하는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호불호를 떠나 세계인이 굳이 찾아 듣고 즐기는 ‘관광지’ 같은 앨범을 만들겠다는 방시혁의 노림수가 완벽하게 통한 것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