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청평=정다워 기자] ‘캡틴’ 유서연(27)은 GS칼텍스 우승의 ‘언성 히어로’다.
GS칼텍스 아웃사이드 히터 유서연은 이번시즌 주장으로 활약하며 팀의 극적인 챔피언 등극에 힘을 보탰다. 개인적으로 봐도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시즌이다. 역대 가장 많은 377득점을 기록했고, 공격성공률도 39.35% 가장 높았다. 리시브 7위에 자리하며 공수 겸장의 면모를 자랑했다. 무엇보다 팀의 중심이자 기둥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며 다방면에 걸쳐 이바지했다.
8일 청평 GS칼텍스 인재개발원에서 만난 유서연은 “우승한 그 순간엔 현실 같지 않았다. 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다음날에도 그랬다”라며 웃은 뒤 “눈물도 많이 났다. 선수들 얼굴을 보니 울게 되더라. 감독님이 우시는 모습을 보고 더 울컥했다”라는 소감을 말했다.
유서연은 2020~2021시즌에도 트레블을 달성한 적이 있지만 이번 우승은 더 각별하다. 그는 “그땐 교체 선수였다. 이번엔 주전이고 팀의 주장이라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과정도 더 극적이었다. 3위로 올라와 전승 우승했으니 임팩트가 더 강하다. 배구 인생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시즌이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자유계약(FA)으로 GS칼텍스에 잔류한 후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유서연은 “떠날 생각도 없었고, 구단도 믿어주셨다. 서로 간의 신뢰가 크다. FA 계약 후 첫 시즌에 우승해 기분이 더 좋다.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라며 팀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부상자가 속출하며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냈다. 전반기엔 봄 배구 진입이 어려워 보였다. 유서연은 “매 시즌 그렇지만 이번에도 순탄하지 않았다. 우리가 개막 전 우승 후보로 지목된 것도 아니다”라면서 “그래도 후반기부터는 우리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반짝거리는 눈을 보며 뭔가 해낼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봄 배구를 시작하는 시점에도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실바 의존도가 높은 팀이라 ‘몰빵 배구’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국내 선수의 뒷받침 없이는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서연은 “실바의 존재감이 큰 건 사실이지만 그 선수가 잘할 수 있게 받고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후반기로 갈수록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잘 해냈다. 공격, 수비, 블로킹, 리시브 등 모든 면에서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실바도 더 큰 힘을 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서연은 “실바는 정말 최고의 선수다. 코트에선 무섭지만 평소엔 선수들과 잘 어울린다. 팀에 여러모로 힘이 된다. 이런 외국인 선수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면서 “3차전 3세트에 실바가 아파할 때 정말 아찔했다. 그래도 그걸 참고 끝까지 하더다. 실바가 그렇게 해주니 아픈 국내 선수들도 인내하고 뛸 수밖에 없었다. 실바 한 명이 팀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라며 실바를 칭찬했다.
주장에겐 사령탑도 ‘짠하게’ 다가온다. 유서연은 “나는 선수들을 대표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크고 힘들다. 감독님은 팀 전체를 대표하고 책임을 지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짠하기도 했다. 감독님이 왜 그렇게 오열했는지도 알 것 같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라며 이영택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배구 선수 출신 부모의 존재도 유서연이 힘든 시즌을 지탱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는 “우리 어머니가 승리 요정이다. 정규리그 때도 그렇고 포스트시즌에도 직관한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선수들도 꼭 와야 한다고 말할 정도”라면서 “어릴 땐 부모님이 배구에 관해 잔소리를 많이 하셔서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이제는 그 정도로 하지 않으신다. 큰 힘이 된다. 덕분에 우승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서연은 “허세홍 구단주님께도 정말 감사하다. 시즌 중에 보러 오셨을 때 져 주장으로서 마음이 안 좋았다. 챔프전 3차전에 오셨는데 이번에 승리해 우승도 하고 헹가래도 해드렸다. 정말 뿌듯했다”라고 덧붙였다.
캡틴의 눈은 다음시즌으로 향한다. 유서연은 “개인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더 나아지고 싶다. 무엇보다 기복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쉽지 않겠지만 또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 후반기 모습을 잊지 않고 유지해야 한다. 감독님께서 맡겨 주신다면 주장도 한 번 더 할 생각이 있다. 또 열심히 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