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5일 만의 1군 등판, 공 24개에 담긴 에이스의 책임감

‘천천히’를 주문한 감독, ‘압도적’으로 화답한 투수… 키움의 대권 가도 청신호

[스포츠서울 | 정동석기자] 프로야구에서 ‘에이스’라는 호칭은 단순히 성적이 좋다고 붙여지지 않는다.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혹은 팬들이 갈증을 느낄 때 마운드에서 존재만으로도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에게 허락되는 칭호다. 12일 고척돔 마운드에 선 안우진이 바로 그러했다.

◇ 긴 공백이 무색했던 ‘광속구’의 향연

투수에게 팔꿈치 수술과 군 복무 등으로 인한 955일의 공백은 결코 짧지 않다. 많은 이들이 실전 감각과 구속 저하를 우려했다. 하지만 안우진은 복귀 첫 타자부터 150㎞대 후반을 기록하더니, 기어코 160㎞를 찍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속도를 넘어, 그가 공백기 동안 얼마나 처절하게 복귀를 준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성실함의 지표’다.

◇ 설종진 감독의 ‘인내’와 안우진의 ‘폭발’

설종진 감독은 안우진을 아꼈다. “컨디션을 더 끌어올렸을 때를 바라본다”며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감독의 철저한 관리와 배려 속에 안우진은 최상의 몸 상태로 마운드에 설 수 있었고, 이는 고척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화끈한 팬 서비스로 돌아왔다. 안타와 볼넷이 섞였음에도 모두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그가 보여준 구위가 리그 최고 수준임을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 2026시즌, 키움 히어로즈의 ‘진짜 에이스’가 돌아왔다

안우진의 다음 단계는 ‘이닝 빌드업’이다. 1이닝에서 보여준 임팩트를 5이닝, 7이닝까지 이어가는 과정이 남았다. 하지만 첫 등판에서 160㎞를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 팀들에겐 공포 그 자체다.

에이스가 돌아온 키움의 마운드는 이제 계산이 서기 시작했다. 안우진의 직구가 포수 미트에 꽂히는 소리는 2026년 키움이 써 내려갈 ‘영웅 신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white2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