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예술적 자아 향한 다각도 시선
생존 수단으로부터 시작된 비정상적 관계도
화려한 시간에 가려진 인간적 면모 발견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렘피카’는 시작과 끝이 ‘물음표(?)’다. 작품의 실제 주인공인 타마라 드 렘피카 역시 관객들에게 질문한다. 그가 20세기 초 전 세계 예술계를 매혹시킨 ‘아르데코의 여왕’으로 알려진 여성 화가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내가 누군지 아니?”라고 묻는다. 특별함을 강조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렘피카’는 러시아 혁명과 세계대전이 일어난 시기에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지켜낸 렘피카의 실화를 무대화했다.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써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렘피카는 격동의 시대에 맞서는 혁명처럼 강렬하고 대담하게 목소리를 높인다.
렘피카는 과감한 구도와 붓 터치로써 당시의 불안정 속에서 갈구하는 안정과 자유를 표현했다. 하지만 예술로써 맞선 영웅담은 아니다. 그의 비정상적인 이중생활과 혼란스러운 두 개의 자아 탓에, 그가 그림으로써 승화한 예술적 가치관에 대한 물음표가 붙는다.
‘렘피카’의 한국 초연을 이끄는 김선영은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렘피카에 대해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그림을 남기고, 화려하게 살고 간 시대의 아이콘”이라면서도 “평범함을 봤다”라고 설명했다.
무대 위에서 렘피카의 인간적인 모습을 연기하려고 한 김선영은 “평범했던 사람이 아주 다른 상황을 맞이하면서 평범함을 거부하고 생존을 위해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데뷔한 김선영은 28년 차 베테랑 배우다. 2023년 그의 첫 드라마 ‘킹더랜드’를 통해 대중에게 진한 카리스마를 남겼지만, 오래전부터 연뮤덕들 사이에서 ‘여왕’으로 불리는 국내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한 예술인으로서, 작품 속 인물과 다르지 않은 그의 삶을 투영했다. 김선영은 “30년 가까이 무대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삶을 살지만, 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렘피카 역시 작품을 남기고 유명해지면서 뭔가 이뤄낸 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별해지는 순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땐 잠시 평범함을 내려놓는다. 그는 “평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자기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언가 해내고 보여줬을 때 비범함으로 보인다면 그게 바로 특별함”이라며 “권력과 돈을 얻고 유명해졌을 때의 태도가 처음부터 있었을 것 같지 않다. 1막과 2막을 극렬하게 대비되게 표현하려는 이유”라고 작품의 진정한 매력을 소개했다.
일상과 배우로서의 삶, 그리고 제삼자 관점에서 분리된 시각을 무대 위에서 전하려는 그의 욕망은 강하다. ‘렘피카’ 역시 단순한 흥미와 호기심보다, 매회 철저한 해석을 가미한 연기를 선보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김선영은 “렘피카는 생존 방식이 본능적으로 나온다. 성공 시점에도 프랑스 파리까지 몰락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한다. 세상이 잠들어도 그림을 그렸다”라고 말했다. 동성애로 빠진 렘피카에 대해서는 “아니다. 시대상과 맞물려 예술적 동기와 그의 갈망이 라파엘라로 인해 깨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렘피카’의 복잡한 서사는 관객들의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것. 김선영은 “단편적인 모습에 몰입하기보다 느끼는 대로 질문을 던지는 게 작품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라며 “작품을 보면서 머리가 아프다면 성공”이라고 박수 쳤다.
파격적인 신여성의 감춰진 이면의 인간다움을 발견해가는 ‘렘피카’는 오는 6월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