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OTT 플랫폼 확장과 함께 국내 영상 산업의 체질 변화가 이어지면서 배우들의 이동 경로도 달라지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중심이던 활동의 한 축이 연극 무대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하다.
영상 시장의 제작 편수 감소와 경쟁 심화는 현장의 일자리 축소로 이어졌다. 일부 배우와 제작 인력은 다른 업계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선택지는 관객과 직접대면하는 연극이다.
유명 배우의 무대 진출은 공연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든다. 박보검은 2023년 창작뮤지컬 ‘렛미플라이’로 무대에 섰고, 손호준과 유승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연극에 도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출연 이상의 효과를 낳는다. 연극과 창작 뮤지컬은 홍보 비용 한계로 관객에게 작품 자체를 알리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스타 배우가 캐스팅되면 팬덤을 통한 자발적 확산이 가능해진다. 별도의 대규모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이 형성된다.
유승호는 무대 데뷔 당시 혹평과 부담을 동시에 겪었다. 무대 공포증으로 청심환을 먹었다는 경험도 공개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후 창작극 ‘킬링시저’로 다시 무대에 선다. 매체 연기와 다른 호흡을 체득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과정이다.
중견 배우들도 무대로 향한다. 이영애와 이혜영은 ‘헤다 가블러’에서 같은 배역을 맡아 연극 무대에 오르며 새로운 연기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 연극은 배우의 리셋 버튼
연극 무대는 단순한 활동 영역 확장이 아니다. 배우에게는 연기 방식과 태도를 다시 점검하는 공간이다. 카메라 중심 연기에 익숙해진 배우에게 무대는 즉각적인 반응과 긴 호흡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배우는 매너리즘을 벗어난다. 반복된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할을 체득하며 연기의 폭을 넓힌다. 관객 입장에서도 완성도가 높아진 연기를 다시 만나는 구조다.
연극은 복귀의 출발점으로도 기능한다. 사생활 논란 이후 활동이 주춤했던 배우 김선호는 대학로 연극 ‘행복을 찾아서’와 ‘비밀통로’를 통해 무대에 복귀했다. ‘비밀통로’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예매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성과도 냈다.

건강 회복 이후 무대로 돌아온 사례도 있다.
문근영은 연극 ‘오펀스’로 약 9년 만에 복귀했다. 그는 “나에게 오펀스는 격려다. 연습하면서 힘들고 어려웠는데 무대에 올라 여러분들을 마주하는 순간, 우시거나 우실 때, 끝나고 박수치실 때 엄청난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문근영은 “열심히 노력했구나, 잘하고 있구나, 더 나아질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해주는 것 같아서, ‘오펀스’는 격려로 남을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 이주화, 다른 경로를 만든 배우
이 흐름 속에서 배우 이주화의 행보는 별도의 축으로 읽힌다. 일반적으로 연극 무대에서 출발해 드라마와 영화로 확장하는 경로와 달리, 그는 방송에서 연극으로 외연을 넓힌 케이스다.
KBS 공채 탤런트로 출발한 이주화는 2017년 1년간의 세계여행 이후, 짧은 경력단절로 드라마 러브콜이 줄자 연극 무대로 진출했다. 이후 ‘내 친구 지화자’, ‘맨 프롬 어스’, ‘흑백다방’, ‘20세기 작가’, ‘갈매기’, ‘벚꽃동산’, ‘리어왕’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선보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공채 탤런트 선후배들과 의기투합해 직접 극단을 만들었다. 이주화는 극단 대표로 여러 작품의 기획과 제작에도 참여했다. 배우로서의 역할을 넘어 기획자로 영역을 넓힌 것.

연극무대에서 인정받은 이주화의 대표작으로 공연예술의 정점인 1인극 ‘웨딩드레스’도 빼놓을수 없다.
이 작품은 매년 공연을 이어가며 완성도를 높였고,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받는 등 국제적으도 호평받았다. 그외 여러 해외무대에서 반응을 얻으며 K공연 콘텐츠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주화는 모도드라마 ‘웨딩드레스’의 전 과정을 배우의 눈과 가슴으로 생생하게 정리한 신간 ‘웨딩드레스’를 최근 발간했다. 1인극 공연 제작과 연기 과정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무대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든 사례로 남는다.

한편 이주화는 오는 4월 30일부턴 카뮈의 대표작 ‘오해(각색·연출 최원석)’로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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