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묘한 실루엣, 짙은 아쉬움. 네모난 화면 속 나를 향해…”

가수 태민의 히트곡 ‘무브(MOVE)’는 폭발적인 고음이나 격렬한 안무 없이도 대중을 압도한다. 손끝과 유려한 선의 흐름만으로 완성해 내는 특유의 관능미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클래스’의 차이를 보여준다.

자동차 시장에서 이처럼 ‘절제된 관능미’와 ‘우아한 파워’를 동시에 증명해 내는 모델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빚어낸 럭셔리 쿠페형 SUV, ‘GLE 450 4MATIC 쿠페’다.

◇ ‘공기역학’과 ‘스포티즘’의 절묘한 타협, 압도적 존재감

최근 경기도 양평의 굽이진 와인딩 로드와 탁 트인 국도 일대에서 마주한 시승차는 올 블랙의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자동차 전문기자로 쿠페형 SUV의 외관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비례감’이다. 자칫하면 둔해 보일 수 있는 대형 SUV의 차체에 쿠페의 루프라인을 억지로 얹은 듯한 불협화음을 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GLE 450 쿠페는 A필러부터 시작해 B필러를 지나 트렁크 리드 립 스포일러까지 떨어지는 라인이 마치 스포츠카처럼 매끄럽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고속 주행 시 공기저항계수(Cd)를 낮춰 풍절음을 줄이고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전면부의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중심에 자리한 거대한 삼각별, 그리고 AMG 라인 익스테리어가 적용된 굵직한 범퍼 디자인은 이 차가 결코 얌전하기만 한 럭셔리 카가 아님을 암시한다.

◇ 문이 닫히는 순간 시작되는 벤츠만의 ‘오감(五感) 럭셔리’

벤츠의 진정한 가치는 묵직한 도어가 닫히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외부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는 뛰어난 NVH(소음·진동·불쾌감) 억제 능력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품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내는 시각과 촉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고급 소재의 향연이다.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의 질감과 정교한 스티치, 대시보드를 감싸는 가죽 마감은 경쟁 모델들과 확연한 급 나누기를 시도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12.3인치 듀얼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와이드 스크린 콕핏’과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운전자를 직관적으로 맞이한다.

특히 야간 드라이빙에서 빛을 발하는 앰비언트 라이트, 그리고 정교하게 메탈 세공된 부메스터(Burmester®)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스피커 그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다. 실내를 가득 채우는 부메스터의 선명한 해상력을 통해 태민의 ‘무브’ 베이스 라인을 듣고 있노라면 최고급 라운지가 부럽지 않다.

◇ 직렬 6기통과 48V ISG의 만남, 도로를 장악하는 ‘실크 노트’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도 진동과 소음은 극도로 억제되어 있다. 주행 성능 면에서 GLE 450 쿠페의 핵심은 보닛 아래 숨겨진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엔진(M256)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ISG)의 결합이다.

최고출력 381마력, 최대토크 51.0kg·m를 발휘하는 이 엔진은 태생적으로 진동이 적고 회전 질감이 매끄러운 직렬 6기통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묵직한 차체를 깃털처럼 가볍게 밀어붙인다. 특히 터보차저가 제힘을 내기 전, 48V 전기 모터가 즉각적으로 힘을 보태주어 ‘터보랙(Turbo Lag)’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선형적인 가속감이 일품이다. 오토 스탑 앤 고(ISG) 작동 시 엔진이 켜지고 꺼지는 질감마저 이질감 없이 완벽하게 다듬어냈다.

양평의 와인딩 구간에 접어들어 스티어링 휠을 거칠게 돌려보아도 에어매틱(AIRMATIC) 서스펜션이 진가를 발휘한다. 노면의 잔진동은 고급 세단처럼 부드럽게 흡수하면서도, 코너링 시 발생하는 차체의 롤링(좌우 흔들림)과 피칭(앞뒤 쏠림)은 단호하게 억제한다.

GLE 450 4MATIC 쿠페는 자동차가 보여줄 수 있는 ‘기계적 완벽함’에 벤츠 특유의 ‘감성적 럭셔리’를 빈틈없이 채워 넣은 수작(秀作)이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매 순간 오감을 만족시키는 특별한 드라이빙 경험을 원한다면 이 차는 대체 불가능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