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ㅣ이승무기자] 반려동물 행사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한때 펫 박람회는 사료와 용품을 사고 신제품 정보를 얻는 소비 중심의 공간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행사는 전시보다 체험, 구매보다 경험, 구경보다 참여에 방점이 찍힌다. 반려동물과 함께 걷고, 뛰고, 배우고, 사진을 남기며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더 이상 집 안의 동물이 아니라 여가와 취향, 공공 공간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로 자리 잡으면서 행사도 그만큼 빠르게 진화하는 모습이다.
가장 최근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인천 상상플랫폼 1883개항광장에서 열린 ‘인천 스카이하운즈 도그스포츠 페스티벌’이다. 이 행사는 일반적인 반려동물 축제와 달리 국제 디스크독 경기 성격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려견과의 교감을 스포츠 관람과 체험의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는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줬다. 반려견과 함께 걷는 동행런, 보호자를 향해 달려오는 반려견의 시간을 재는 ‘달려오개’, AR 방식의 ‘멍쭈 하트GO’, 반려동물 퍼스널 컬러, 스냅트럭 포토존까지 더해지며 축제는 이제 운동회이자 놀이공간, SNS형 콘텐츠 현장으로 확장됐다.
지역 축제의 변화도 뚜렷하다. 부산시는 ‘제1회 동물보호의 날 축제’를 통해 어린이 반려동물 직업 체험, 펫티켓 교실, 행동 클리닉, 산책교실은 물론 반려동물 동반 요트투어와 해변열차 체험까지 선보였다. 경북 구미의 ‘대한민국 펫캉스’는 이름 그대로 반려동물과 떠나는 바캉스를 축제화했다. 멍멍스포츠댄스, 커플 펫션쇼, 어질리티, 응급키트 제작, 펫 아로마 마사지, 반려동물 음식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은 반려문화가 관광·여가 산업과 자연스럽게 결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려동물 행사가 더 이상 특정 소비층만의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의 생활문화와 지역 마케팅을 함께 움직이는 콘텐츠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공공성도 강해졌다. 경기도 펫스타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내걸고 유기견 입양가족 토크쇼, 유기묘 만남 및 입양 상담, 고양이 전문 입양센터 개관을 전면에 배치했다. 용인시 반려동물문화축제 역시 도그쇼와 수제간식 만들기, 가족사진 촬영 같은 생활형 체험에 건강상담과 훈련상담을 더했다. 재미만 남기고 책임은 비워둔 행사가 아니라, 즐기면서 배우고 참여하면서 공존의 기준을 익히게 하는 구조다. 최근 반려동물 이색 행사의 본질은 ‘특이함’ 그 자체가 아니라, 반려동물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드러내는 데 있다.
결국 반려동물 행사가 이색 축제가 된 이유는 분명하다. 반려동물이 더 이상 사적인 돌봄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공원과 광장, 관광지와 전시장, 교육 현장과 지역 축제를 함께 구성하는 생활 주체가 됐기 때문이다. 박람회에서 체험형 축제로의 이동, 소비 중심에서 관계와 공공성 중심으로의 이동은 한국 펫 문화가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반려동물 행사는 이제 물건을 파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문화를 시험하고 제안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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