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한국 영화가 다시 한번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한국 영화로는 4년 만에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록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품지는 못했지만 ‘호프’의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호프’는 칸 여정을 마친 뒤 국내 개봉을 향해 다시 속도를 올린다.
‘호프’의 칸 입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나홍진 감독에게는 첫 경쟁 부문 진출작이자 한국 영화계에서도 오랜만에 경쟁 부문 초청 소식을 전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나홍진 감독은 데뷔작 ‘추격자’를 시작으로 ‘황해’ ‘곡성’ 그리고 이번 ‘호프’까지 연출한 모든 장편 영화가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 감독 가운데서는 최초다.
칸 현지 반응도 뜨거웠다. ‘호프’는 전형적인 장르 문법을 비틀어낸 과감한 연출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전개,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액션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다만 동시에 불호 반응도 있었다. 일각에선 거대한 스케일 속 CG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과 지나치게 예측 불가능한 전개에 대한 호불호 의견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프’가 보여준 대담한 시도와 압도적인 에너지 자체만큼은 강렬한 화제성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칸영화제 일정을 모두 마친 나홍진 감독은 재정비 시간을 거쳐 올 여름 국내 관객들에게 ‘호프’를 손보일 예정이다. 나홍진 감독은 “이번 칸영화제 참석은 후반 작업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 내려진 결정이었다”며 “칸의 러브콜에 감사한 마음으로 참석하게 됐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관객들과 만나기까지 남아 있는 시간이다. 개봉 전까지 작품의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호프’는 제작 단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던 작품이다. 700억원대 제작비설부터 2000만 관객 손익분기점설까지 각종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그만큼 시장의 기대치도, 우려도 동시에 큰 작품이었다. 이와 관련해 나홍진 감독은 “그 돈이면 스튜디오를 사겠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과연 나홍진 감독 특유의 세계관이 이번에는 얼마나 더 확장될지 관심이 쏠린다. ‘추격자’의 날것 같은 추적극, ‘황해’의 처절한 생존극, ‘곡성’의 기괴한 미스터리를 거쳐 이번 ‘호프’는 더욱 거대한 스케일과 장르적 변주를 예고했다.
칸에서 먼저 공개된 ‘호프’는 여전히 다듬어지는 과정 속에 있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야심을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호프’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칸이라는 세계 무대를 거쳐 돌아온 ‘호프’가 최종적으로 어떤 얼굴로 관객들과 만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