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얼굴만 봐도 웃긴 배우다. 아무리 악한 인물을 연기해도, 왠지 무시무시한 공포까지 예상하긴 힘들었다. SBS ‘런닝맨’을 비롯해 각종 예능에서 지나치게 맹활약을 했던 터라, 이광수라고 하면 웃기거나 우스울 것이라는 예측이 되기 때문이다. ‘골드랜드’부터는 얘기가 다르다. 이광수는 금성그룹 박이사로 등장해 엄청난 광기를 그려냈다.
비록 남의 돈을 뜯어먹고 사는 대부업체의 빌런이긴 하나, 워낙 감이 좋다. 돌아가는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캐치하고 한 발 먼저 나서며, 자칫 흘릴 수 있는 작은 거짓말조차 기막히게 낚아챘다. 마치 함정을 던졌다고 말하듯 조금의 틈만 있어도 상대를 헤집었다. 분노로 점철된 얼굴이 아닌,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너털 웃음을 지으며 여유를 유지했다. 나쁜 놈이긴 하지만, 인정할만한 능력치도 분명하다.
7회에서는 광기가 폭발했다. 몰래 금괴를 숨겨 밀항하려 했던 김희주(박보영 분)와 이도경(이현욱 분)의 동선을 미리 알아채고 항구로 가 밀항을 알선해주는 허동구(김민재 분)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던 중 밀어닥친 금성그룹 다른 조직원과 맞닦드린 뒤에는 무서울 정도의 파괴력을 보이며 홀로 살아남았다.
마지막회에서는 살기조차 뿜었다. 이도경을 인질 삼아 김희주와 만난 장면에서의 총격 액션 뒤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이제껏 이광수에게서 없던 얼굴이다. 그토록 웃겼던 이광수가 이 시퀀스에서 만큼은 근처에도 다가가기 싫은 악질 인간으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김희주의 총을 피한 뒤 “진짜 죽을 뻔 했잖아”라며 노려보는 장면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이제껏 이광수가 보여주지 않았던 굉음이 ‘골드랜드’에서 터져나왔다.

이광수는 이미 연기 잘하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어려운 코미디 호흡도 절묘하게 풀어낼 뿐 아니라 잔잔하게 스쳐가는 가벼운 톤의 장면이나 내면을 깊숙하게 파내야 하는 감정신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골드랜드’에서도 금성그룹 안회장(최덕문 분)으로부터 무시나 조롱을 당할 땐 어수룩한 얼굴을 드러내다가 배신을 결심하고 돌아섰을 땐 공포의 광기 그 자체였다. 한 인물 사이에서 극단적인 두 얼굴을 그려내는 데도 탁월했다.
워낙 예능에서 육각형의 매력을 드러냈던 까닭에 배우로서의 입지는 조금 더딘 편이었다. 주로 코미디 장르에서만 그를 원했고, 정극에서조차 아무리 진지한 연기를 해도 피식 웃음이 나 몰입을 저해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예능을 최소화하고 연기에 집중하면서 이광수는 배우로서 단단하게 진화하고 있다.

희극인의 탈을 벗어 던진 얼굴이 이토록 무서울 줄 누가 알았을까. 누군가를 웃기는 것만큼이나 소름 돋게 만드는 일 역시 철저한 계산과 동물적인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광수는 ‘골드랜드’를 통해 여실히 증명했다. 이제는 무조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라는 평가가 조금도 아깝지 않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