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에서 맹타 휘두르는 박해민
지난해 신민재 이은 ‘상위타순 변수’ 해결사
경기 후반 빛나는 클러치 본능
FA 계약 가치 제대로 증명 중

[스포츠서울 | 강윤식 기자] 개막 직후 타격에서 애를 먹은 LG. 부상도 부상인데, 주전 자원들의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페이스가 뼈아팠다. 이때 든든하게 버텨준 이가 있다. ‘캡틴’ 박해민(36)이다. ‘테이블 세터’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단순히 밥상만 잘 차리는 게 아니다. 해결사 면모도 과시한다.
지난달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정규시즌 LG와 키움의 경기. 치열한 1위 경쟁 중이던 LG는 9회까지 3-4로 끌려갔다. 9회말 2사 1,2루에서 박해민이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마무리 가나쿠보 유토를 맞아 극적인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올시즌 지금까지 박해민이 남긴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또 아니다. 중요한 순간에 팀을 돕는 결정적인 활약이 계속해 나오고 있다.

올해 박해민은 다양한 타순에서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지난시즌 주로 맡았던 8~9번 하위타선은 물론, 중심타선 바로 뒤에 붙는 6번도 해봤다. 최근에는 2번에서 맹타를 휘두른다. 특히 2번 타선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상위타선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삼성 시절 팀의 리드오프였다. 지난해 홍창기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잠시 1번을 맡기도 했다. 다만 최근 몇 시즌 동안은 하위타선에서 공격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주로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시즌 테이블 세터진에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1~2번으로 시즌을 출발한 홍창기와 신민재가 감을 찾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 그러면서 박해민에게 상위타선 중책이 떨어졌다. 이걸 잘 수행하고 있다. 최근 홍창기, 박해민이 살아나면서 더욱 시너지가 나는 그림이다.
공교롭게도 2025시즌과 묘하게 비슷한 그림이 만들어졌다. 지난시즌에도 LG는 1~2번 구성에 애를 먹었다. 홍창기 장기 부상이 이유다. 그런데 신민재가 그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올해는 개막 직후 힘들었던 신민재 짐을 박해민이 덜어준 모양새다. 2년 연속 상위타선 깜짝 변수를 깔끔히 해결하는 분위기다.

상위타순의 역할은 분명하다. 중심타선 앞에서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다. 지난해 신민재처럼 올해 박해민도 이 작업을 잘해주고 있다. 2번 타순을 볼 때 출루율이 6일 현재 0.358이다. 올시즌 본인 평균 출루율인 0.338보다 높다. 여기에 빠른 발로 출루 후 상대 투수를 흔드는 움직임도 ‘일품’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찬스 메이킹만 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할 때 본인이 직접 해결하는 ‘해결사 본능’도 보여준다. 5월24일 키움전이 대표적이다. 4일 수원 KT전에서도 7회말 역전 적시타를 때렸다. 2번으로 계속 나오는 중인 5월 중순 이후 기준 득점권 타율이 5할 언저리다.

특히 경기 막판에 빛난다. 5월부터 봤을 때 경기 후반인 7~9회 타율이 무려 4할 후반대다. 1~3회, 4~6회 타율이 모두 2할대인 걸 생각해 보면, 클러친 순간 박해민의 집중력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최근 늘어난 LG 역전승에 큰 지분을 차지하는 이가 박해민이다.
2025시즌 종료 후 4년 총액 65억원 규모로 LG와 프리에이전트(FA) 재계약을 맺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좋은 계약 맺었다.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뱉은 말을 제대로 지키고 있다. 원래 좋았던 수비에 더해 공격에서도 팀에 힘을 보탠다. 그야말로 ‘태산’ 같은 존재감이다. skywalker@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