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연상호 감독이 또 한 명의 신예를 발견했다. 영화 ‘군체’에서 왕따 소녀 역을 맡은 이담희가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재난과 액션이 중심인 작품 속에서도 인간적인 감정을 놓치지 않으며 존재감을 발산,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담희가 출연한 ‘군체’는 연상호 감독의 K좀비물 신작이다.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생존자들이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담희는 극 중 생존자 무리 속 10대 왕따 소녀 소은을 연기했다.
다만 이담희가 연기한 소은은 단순한 따돌림 피해자 캐릭터만은 아니다. 자신을 괴롭혔던 일진 학생 나윤(채서은 분)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손을 내밀고, 용서를 구하는 그에게도 끝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인물이다. 동시에 재난과 공포가 지배하는 영화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존재다.
이담희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소은을 처음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단어로 ‘고요함 속의 단단함’을 꼽았다.
“소은이는 말을 거의 하지 않지만 눈빛으로 굉장히 많은 감정을 전달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담희는 소은이의 행동을 단순한 선의나 희생정신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깊은 상처를 경험한 사람이기에 같은 아픔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인물이라고 바라봤다.
“소은이는 오랜 시간 외면받고 상처받으며 살아온 아이예요. 그래서 나윤이를 구한 것도 단순한 이타심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보다 깊은 외로움을 겪어봤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을 외면할 수 없었던 거죠. 어쩌면 과거의 자신을 향한 연민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지점은 이담희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소은을 이해하는 동시에 더욱 애틋하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실제로 영화 속 소은은 생존을 위해 타인을 밀어내는 대신 끝까지 인간성을 붙잡는다. 특히 통제실로 향하던 중 주차장에서 위기에 처한 나윤을 구하는 장면은 극의 긴장감과 감정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소은이가 더 깊게 이해됐고, 동시에 더 애틋해졌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소은이를 응원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이담희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21년 웹드라마 ‘무물쭈물’로 데뷔한 그는 단편영화 ‘두보’ ‘미희처럼’ ‘옷장에서 생긴 일’ ‘바람직한 편견’ 등을 통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바람직한 편견’으로 지난해 제17회 대단한단편영화제에서 대단한 배우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관객분들에게 ‘이담희’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릴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에요. 연상호 감독님은 배우를 믿고 인물을 온전히 맡겨주시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왕따 소녀’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제 해석을 존중해주시고 소은이를 믿고 맡겨주셨다는 점이 가장 감사했어요. 또 기회가 온다면 다시 작업해보고 싶어요.”

‘군체’ 속 소은은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이 꾸준히 이야기해온 휴머니즘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담희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완성해냈다.
“저는 관객분들이 소은이를 두려움에 떨면서도 끝까지 선함을 잃지 않았던 아이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소은이의 눈빛을 기억해주시길 바라고요. 제가 소은이에게 느꼈던 애틋함을 관객분들도 함께 느껴주신다면 배우로서 정말 뿌듯하고 감사할 것 같아요.”
이제 이담희는 tvN 새 드라마 ‘최애의 사원’과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등을 통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앞으로도 어떤 인물이든 진심을 담아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는 ‘진심’이 가장 오래 빛나는 가치라고 믿거든요. 많은 분들이 저를 이담희보다 ‘왕따 소녀’로 기억해주셔도 괜찮아요. 그 기억 속에 소은이의 눈빛이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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